빈살만 만난 블링컨 "사우디, 여전히 이스라엘과 외교관계 관심"
전쟁으로 제동 걸린 국교정상화 논의 재개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전히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면담한 후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지역에서는 그것을 추구하는데 분명한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가자지구 전쟁 후에도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즉 중동의 정치적 재편과 미국-사우디 상호 방위 조약 체결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무함마드 왕세자 등 중동에서 만난 다른 지도자들이 "가자지구의 안정과 회복을 돕고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정치적 길을 계획하고, 지역 전체의 장기적인 평화, 안보, 안정을 위해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지도자가 "필요한 약속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해왔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대신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 정상화 논의는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고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에 나서기 전까지 급물살을 탔으나, 전쟁 이후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권의 민심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미국은 양국의 대화가 재개되길 바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에도 동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 국가로 병존하는 '2국가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화 재개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측 보건부 추산으로 2만3천여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등 피해가 커지면서 사우디와 주변 국가의 반이스라엘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또 일부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나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권리 확대에 반대하고 있고, 이스라엘 국민 상당수도 하마스 기습공격이 가져온 공포와 분노 때문에 2국가 해법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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