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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채권단 물밑협상 치열…금융당국, 법정관리도 대비(종합)
"태영 상황판단 안이, 정부 원칙 확고"…당국·산은 수장 회의
태영 "내일 890억 이행" 밝혔지만 이행 여부·추가 자구안 확인해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채새롬 오지은 기자 =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최후통첩' 시한으로 제시한 이번 주말에도 태영그룹은 자구안 이행 및 확약을 하지 않았다.
다만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890억원을 오는 8일 오전 이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부 태도 변화를 보여 실제 어떤 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태영그룹에 자구안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워크아웃 무산에 따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시나리오' 대비에 본격 착수했다.
7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까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았다.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남은 3가지 자구안 이행과 관련해서도 이사회 결의를 통한 확약을 하지 않았다.
채권단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내건 조항들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태영이 상황을 굉장히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며 "시간이 정해져 있고 원칙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충분한 자구 계획과 확실한 이행 방안 없이 채권단 동의를 받을 수 없다"며 "채권단 동의가 안 되면 기업회생으로 가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오늘(일요일), 늦어도 월요일 새벽에라도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넣어야 한다"며 "이게 이행이 안 되면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영 측은 오는 8일 오전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다른 자구안 이행과 관련해서도 확약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세영 창업회장 딸 윤재연씨의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자금 513억원 등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가 자구안과 관련해서는 채권단과 태영 간 조율이 필요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기존 자구안 이행 이외에 '+α'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막바지 협상 중이지만 내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그간 태영건설 법정관리 가능성을 낮게 점쳐왔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재시행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1호'인데다가 4월 총선을 앞둔 부담 등으로 금융당국이 워크아웃을 끌고 나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첫 번째 자구안 내용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천549억원 중 890억원을 티와이홀딩스[363280]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는데, 채권단과 당국은 이를 태영건설 지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태영그룹이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티와이홀딩스 연대보증 채무를 갚아놓고서 태영건설을 지원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기존 4개 자구안 이외에 추가 자구안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워크아웃 추진을 위한 진정성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SBS나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태영그룹으로서는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매각할 시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와이홀딩스 재무 위험이 발생할 경우 알짜 자회사 에코비트 지분 전량이 사모펀드에 넘어가는 구조인 점 등도 채권단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는 에코비트 지분 50%를 담보로 글로벌 사모펀드 KKR로부터 4천억원을 빌렸는데 당시 주주간 계약에 '지분 몰취 조항'을 넣었다. 티와이홀딩스 부채 총액이 1천300억원이 넘으면 해당 조항이 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그룹은 SBS[034120] 지분 매각이나 담보 제공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로 일관해왔다.
태영건설과 채권단 간 파열음이 고조되면서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도 비공개 회동을 한다.

고위급 협의체인 'F(Finance)4'에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합류한 형태의 협의가 수시로 열리는 만큼 상황에 따라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도 논의될 수 있다.
다음날인 오는 7일에는 6대 금융지주와 산은, 금융당국 주요 관계자들이 모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점검 회의를 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놓고 준비하고 있다"며 "(법정관리 시에도) 시장에 혼란이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행이 확정될 경우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되고 추가 자금 지원도 이뤄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분양계약자와 500여개 협력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올해 금융시장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운데 태영건설이 쓰러질 경우 위기가 일파만파 번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보호 조치를 즉각 가동하고 시장안정조치도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현재 8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대책을 100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동성 지원 수단의 대표 격인 채안펀드 한도를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포함된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 열린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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