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찾아간다…하마스 '넘버3' 살해, 이 암살작전 신호탄될까
레바논 내 작전…외국체류 하마스 고위관리 추가타깃 될 수도
1인자는 가자 은신 추정…카타르·튀르키예 손댈 가능성은 희박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지난 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체 서열 3위로 알려진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국 부국장이 레바논에서 살해당한 것은 이스라엘이 외국에 머무는 하마스 고위 관리들에 대한 암살 작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살레흐 알아루리 부국장 살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밖에서 수행하는 작전이 더 성공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이번 전쟁이 더 예측불가능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이번 일의 책임을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고 있으나 드론을 이용한 정밀 미사일 타격이라는 공격방식 등으로 추정해봤을 때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의 수장인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은 알아루리 부국장 살해 이후 열린 전직 모사드 국장 즈비 자미르의 장례식에서 이스라엘 공격 주동자들에 대해 "그들이 어디에 있든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손이 닿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스라엘이 알아루리를 암살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하마스의 수장인 야히야 신와르와 군사지도자인 무함마드 데이프 알카삼 여단 사령관은 가자지구 내에 몸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카타르에서 활동하는 정치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를 비롯해 몇몇 하마스 관리들은 외국을 돌아다니며 비교적 공개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WP는 이제 레바논에서 벌어진 알아루리 암살 공습을 기점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다른 하마스 관리들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큰 가자지구에서 고강도의 군사 작전을 벌이는 대신 하마스 핵심 인물을 정밀 공격해 제거하는 '전쟁 3단계'로의 전환이 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을 덜 수 있는 방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암살 작전 위주의 전쟁은 그간 미국이 이스라엘에 요구해 온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군사 공격만으로는 하마스의 사상을 근절하고 모든 전투원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이스라엘 국민을 향한 하마스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며, 이는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함으로써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알아루리 부국장이 살해당한 레바논과 달리 카타르나 튀르키예에 머무르고 있는 하마스 관리를 공격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WP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제거하기 위해 미국의 중요한 군사 파트너이자 인질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온 카타르에서 공격을 당장 감행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또 하마스 관리들이 여럿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튀르키예는 자국 영토에서 벌어지는 암살에 대해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경고해둔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를 암살하더라도 예측하지 못한 인사가 그 자리를 대신 꿰차며 상황이 오히려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스라엘은 1992년 헤즈볼라의 주요 인사인 아바스 무사위를 암살하는 데 성공했으나, 그 뒤를 이어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하산 나스랄라가 더 급진적인 기조를 이어가 상황이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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