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홍콩 학생단체 대표, 英망명 신청…민주화인사 탈홍콩 도미노?
"경찰, 감시하고 정보원 되도로 요구"…'민주여신' 아그네스 차우도 캐나다 망명 검토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학생단체를 이끌다 옥살이를 한 20대 민주 활동가가 영국에 망명을 신청했다고 BBC 방송 등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학생단체 '학생동원'(學生動源)의 전직 대표인 토니 청(鍾翰林·22)은 지난 27일 영국에 도착해 망명 신청서를 정식으로 제출했다.
그는 2020년 7월 국가분열, 자금세탁 등 혐의로 홍콩 당국에 체포돼 2021년 11월 43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올해 6월 5일 석방됐다.
그는 선고 당시 만 21세 미만인 상태에서 징역 3개월형 이상을 받았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출소 후 1년간 당국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토니 청은 석방 일주일 전 홍콩 안보처 직원이 자신에게 "앞으로 1년간 지속해 면담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국가분열 활동을 하지 말고 홍콩을 떠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2주에서 4주에 한 번씩 면담을 해야 했는데 누구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까지 상세히 보고해야 했고 홍콩 정부가 허가한 학교와 숙소에서만 생활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심지어 홍콩 경찰 측이 약 500~3천 홍콩달러(약 8만~49만원)의 정보원 비용을 대겠다고 제안하면서 협조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토니 청은 홍콩 당국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인신의 자유와 경제적 능력을 박탈하고 정보원이 되도록 강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렵게 홍콩 당국으로부터 25일까지 귀국하는 조건으로 20일부터 엿새간의 일본 여행을 허가받았다. 토니 청은 오키나와에 머물다 귀국하지 않고 도쿄를 거쳐 곧바로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그는 "홍콩을 이렇게 빨리 떠나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영국에서 공부하고 심신의 건강을 되찾은 뒤 홍콩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9년 수개월간 대규모 시위가 이어진 홍콩은 이듬해 6월부터 엄격한 국가보안법을 시행하고 최근에는 해외 체류 활동가들에게 현상금을 내거는 등 통제와 감시를 강화해 왔다.
이러다 보니 홍콩을 떠나는 민주활동가들도 잇따르는 분위기다.
홍콩 민주화 운동의 얼굴로 꼽히며 '민주 여신'이라 불린 아그네스 차우(周庭·27)는 캐나다 망명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2019년 반정부 시위 도중 불법 집회 참가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7개월간 복역하다 2021년 6월 석방됐다.
경찰에 정기적으로 출두하는 조건으로 출국을 허가받고 캐나다 토론토에서 석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차우는 이달 초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홍콩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망명 검토 사실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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