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지지율 속 겨우 버티는 기시다…"이대론 총선어렵다" 의견도
'기시다 끌어내리기' 움직임은 아직…당 원로 일각선 차기 총리 후보 거론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 문제로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이 최저치인 10∼20%대까지 추락하면서 기시다의 총리직 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국민이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자민당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에 대한 인위적인 끌어내리기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당 원로들 사이에서는 기시다 총리로는 차기 총선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산케이신문은 21일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과거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자민당 내에서는 '기시다 끌어내리기'는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자민당 주요 파벌들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이른바 '파티' 수입을 비자금화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당내 권력 다툼까지 했다가는 자민당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와 다섯번째 파벌인 니카이파가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으로 떨어진 기시다에 사임을 압박할지 주목됐으나 이들 두 파벌은 비자금 문제로 지난 19일 도쿄지검 특수부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꼼짝 못 하는 상황에 놓였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 디지털상 등 '포스트 기시다'로 거론되는 차기 총리 후보군도 기시다 총리에게 협력해 당의 신뢰 회복을 우선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산케이는 자민당 파벌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해 "선두에 서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기시다 총리에게 당분간 문제의 정면에 서는 역할을 맡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총무회장도 검찰이 자민당 파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19일 기자회견에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당이 일치단결해 대처하는 것이 현재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 체제로는 다음 총선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했다.
자민당 원로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야마자키 다쿠 전 자민당 부총재, 다케베 쓰토무 전 자민당 간사장, 가메이 시즈카 전 자민당 정조회장은 19일 만나 "(내각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으면, 다음 총선을 기시다 총리 밑에서 싸우기는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이들은 차기 총리 후보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총리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을 거론하며 논의했다고 한다.
한편 아베파 일부 의원은 비자금 문제와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파벌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것은 인정했지만 위법성은 알지 못했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 아베파 의원은 도쿄지검 특수부의 임의 소환조사에서 '파티 수입'을 계파에서 받아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의원은 다만 "회계에는 관여하지 않아 자세한 상황은 파악하지 못했다"며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태도를 보였다.
아베파는 파티에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의 돈을 넘겨줘 왔으며 계파 정치자금 수지보고서나 개별 의원 회계처리에 이를 반영하지 않고 비자금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베파 의원들이 파티권 할당량 초과 판매로 비자금화한 금액은 2018∼2022년 5년간 총 5억엔(약 46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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