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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생존 기대하나…"팔 자치정부와 '전후 가자통치'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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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생존 기대하나…"팔 자치정부와 '전후 가자통치' 협의"
WSJ "하마스 정치지도자, 라이벌 파타 주도 PA와 비밀 대화"
"내홍 예고…전쟁중 가자 지도자는 반대하며 회담중단 요구"
'하마스 궤멸' 목표 이스라엘 용납 못하고 미국 구상과도 배치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종전 이후 가자지구를 어떻게 통치할지 협의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행보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군사조직뿐만 아니라 정치조직도 완전 해체하겠다는 명분으로 가자지구 침공전을 시작한 데다가 미국의 구상과도 배치되는 터라 현실성이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WSJ은 하마스 정치국의 일원인 후삼 바드란 등 하마스 고위 관계자들과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최근 수일 동안 하마스가 PA의 집권여당인 파타의 지도자들과 비밀리에 접촉해 전후 가자 통치 관련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하마스의 정치지도자들은 PA와의 회담에서 PLO에 가입할 용의가 있으며, 팔레스타인 국가를 위한 통합 정부 아래서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국경선 기준으로 협상을 하는 데 지원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 정치국원인 바드란은 카타르 도하 인근에서 한 WSJ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싸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제로섬 게임을 추구하는 게릴라가 아니며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앞서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해온 것과 대비된다.
하마스는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 등 1천200여명을 살해하고 240여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았다. 이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섬멸전'에 나섰고, 하마스도 전면전에 대비해왔다며 맞섰다.

두 달 넘게 이어진 양측의 전쟁으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망자만 2만명이 넘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가 정치국이 오랜 기간 반목해온 PA에 접근한 것은 전쟁 이후를 대비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라고 WSJ은 짚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확대로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적 통제를 잃어가는 하마스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에후드 야아리는 "하마스 정치지도부는 가자지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와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세를 오래 견딜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며 그래서 지금 협상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하마스 관계자들과 소식통 등에 따르면 이번 협의에는 양측의 최고위 인사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하마스 측에서는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전 정치 지도자 칼레드 메샬 등 고위급 인사들이 나섰고 파타에서는 가자지구 보안 사령관을 지낸 무함마드 달란과 살람 파야드 전 팔레스타인 총리가 포함됐다.
정통한 소식통은 또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인 후세인 알셰이크도 회담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알셰이크는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 겸 PLO 의장에 이은 2인자로 이스라엘 정부 상대 연락과 협상을 담당하는 최고위 인사다.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두 정파인 하마스와 파타는 대(對) 이스라엘 정책 등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대립해왔다.
지난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가 압승한 거두자 이에 반발한 파타와 갈등이 불거졌고 양측은 무력충돌까지 빚은 끝에 각각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독자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 정치 지도자들은 이제 PLO에 가입하기를 바란다고 WSJ은 전했다.
바드란은 "(이 논의는) 국가적인 대화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PLO가 팔레스타인의 모든 파벌을 아울러야 한다고 늘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PLO는 팔레스타인 여러 정당·세력의 연합체로 파타가 주도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의 공식적 대표자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당초 팔레스타인 분리독립을 목표로 하는 무장투쟁 조직에서 출발했으나 1993년 오슬로 협정으로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고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을 추진해왔다.
이에 비해 두 국가 해법을 부정하는 하마스는 이스라엘 소멸을 목표로 무장투쟁 노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PLO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바드란은 하마스가 비무장화하거나 이스라엘에 대한 입자을 바꿀 계획은 없다면서도, PLO에 참여하면 하마스를 제재 대상에 올린 유럽국가 등 국제사회와의 대화가 용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마스 정치국이 시도하는 PA와의 이러한 '전후 구상' 협의가 실제 결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PA와 협력해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관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며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공습과 지상 작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마스가 PA에 합류해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PA가 전후 가자지구를 통치하면서 하마스를 엄중히 단속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협의는 또한 하마스 정치국과 군사조직 등 무장세력들과의 불화를 키울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와 협의 진행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들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국이 PA와 전후 가자통치 관련 논의에 나서면서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비롯한 군사조직 책임자들과 긴장이 조성됐다.
신와르는 당초 정치국이 PA와 회담을 시작한 것을 모르고 있다가 이를 알게 된 뒤 대화 중단을 요구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신와르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아직 패하지 않았으며 타협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WSJ은 앞서 하마스와 파타의 통합정부 구성 논의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으며 아바스 PA 수반 역시 하마스와 파타 간의 권력분점에 반대할 가능이 크다고 덧붙였다. 아바스는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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