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분쟁' 베네수-가이아나 정상 첫 대좌…입장차만 확인
가이아나 "국제사법재판소에 맡겨야"…베네수 "양국 대화로 해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석유와 금 등 자원 노다지 땅의 영유권을 둘러싼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간 갈등 속에 양국 정상이 14일(현지시간) 한자리에 앉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이날 카리브해 섬나라인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의 수도 킹스타운 국제공항에서 대좌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도미니카연방, 브라질 등 중재로 이뤄졌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회담 시작과 끝에 악수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회의 전경 사진 등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현장에는 카리브공동체(카리콤·CARICOM) 임시 회장국인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의 랠프 곤살베스 총리, 루스벨트 스케릿 도미니카연방 총리, 세우수 아모링 브라질 대통령 특사 등도 함께했다.
외교장관을 비롯한 양국 대표단도 배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된 회담은, 현재 가이아나 영토인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천500㎢ 지역의 영유권에 대한 양국 입장차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 사안에 대한 논란은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통해서만 풀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며 "우리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며,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는 과정을 추구하겠다는 게 (대화에 나서는) 유일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이아나가 "영토를 이용할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석유 탐사와 투자 허용 결정 등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반면, '가이아나와의 분쟁에 대한 원만한 해결'을 명시한 1966년 제네바 합의를 근거로 양국 직접 대화를 통한 협의를 주장하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알리 대통령과의) 악수는 에세퀴보 지역 영토와 관련된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확증하는 것"이라고 대통령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이 같은 '동상이몽'은 두 정상 간 회동 전부터 예견된 바 있다. 워낙 의견 차이가 커서다.
다만, 두 정상은 역내 긴장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대화를 계속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이아나 일간지인 가이아나크로니클은 "이르판 알리 대통령은 2단계 회담에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카리브공동체(카리콤·CARICOM) 등과 함께 한 테이블에서 마주 앉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일간 엘우니베르살도 "양국 정상은 향후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3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95%대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가이아나 총 국토 면적(21만㎢)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에 '과야나 에세키바' 주(州)를 신설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양국과 국경을 맞댄 브라질은 인근에 병력 주둔 규모를 늘리는 등 긴장감은 고조돼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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