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화석연료 퇴출'…산유국·저개발국 반대에 COP28 헛바퀴
사우디 등 오일부국들 '단계적 퇴출' 문구도 원천배제
저개발국 "돈 없으면 화석연료 퇴출 불가" 보상 요구
선진국 vs 산유국·빈국 갈등 속 총회 폐막시한 넘어 진통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폐막일인 12일(현지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주된 원인으로는 '화석연료 퇴출'을 둘러싼 산유국과 저개발국의 단호한 반대가 거론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산유국들은 이번 COP28에서 화석연료 퇴출 합의 논의에 반발해왔다.
게다가 일부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개도국들은 외부 투자 없이는 화석 연료 퇴출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나설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 퇴출 주장에 맞서는 새로운 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우간다의 루스 난카비르와 센타무 에너지광물개발부 장관은 자국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려면 700억달러(약 92조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대신 화석 연료를 개발하면 470억(약 61조원)달러를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이지아크 쿤레 살라코 환경부 장관은 자국에 재원 없이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생명 유지 장치 없이 숨 쉬는 것을 멈추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 용량을 지금의 3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재원과 기술 이전, 현지 역량 구축이 필요하다고 살라코 장관은 강조했다.
케냐 나이로비의 싱크탱크 파워 시프트 아프리카의 아모스 웨만야 고문은 지금까지 아프리카의 화석 연료 개발이 대다수 사람에게 번영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콩고민주공화국이나 모잠비크 같은 국가들이 캐나다나 노르웨이 같은 부국보다 더 먼저 화석 연료를 퇴출하라는 압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킴 슈타이너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은 개도국들이 "코로나19와 세계 경제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최악의 순간에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슈타이너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화석 연료를 뛰어넘어 재생 에너지로 가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국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아프리카가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대륙을 끌어나갈 것이라는 말을 듣도록 강요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작성해 공유한 COP28 합의문 초안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phase out) 문구가 빠지면서 각계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국제 환경단체뿐 아니라 기후 정책수립자들, 기후변화 최전선에 있는 도서국들이 실망스러운 합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번 총회의 파탄을 경고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은 이번 COP28에서 화석연료 퇴출 합의 논의에 격렬하게 반대해왔다.
마지드 알수와이디 COP28 사무총장은 합의문 초안의 이른 공개가 당사국들의 '레드라인'(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며 동의 여부는 각국의 판단에 달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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