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17일 총선·지방선거…부치치 대통령 재신임 성격
여당 낙승 전망 속 수도 베오그라드 시장 선거에 관심 쏠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발칸반도 국가 세르비아에서 17일(현지시간) 총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서 세르비아 유권자는 새 의회와 수도 베오그라드를 포함한 65개 지역의 시장과 지방의원을 뽑는다.
지난해 4월 대선·총선을 함께 치른 지 불과 20개월 만에 조기 총선이 결정된 데에는 지난 5월 두 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
두 사건으로 어린이 8명을 포함해 총 17명이 숨졌다. 이중 한건은 10대 소년이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이후 세르비아에서는 수개월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현 정부가 언론을 통해 증오 분위기를 조장하고 폭력을 미화했다고 비난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집권당인 세르비아혁신당(SNS) 대표직 사퇴를 발표했으나 국민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국 혼란이 계속되자 부치치 대통령은 국면을 전환하고 지지층을 재결집하기 위해 조기 총선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부치치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에 치러져 재신임 성격을 띤 이번 조기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국정 장악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집권 이후 점차 권위주의적으로 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르비아가 민주주의에서 더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치치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인 세르비아혁신당(SNS)이 4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 제1당이 유력해 보인다.
야권은 '폭력에 반대하는 세르비아'라는 기치 아래 선거 연합을 출범했지만 지지율은 25%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SNS와 연정 상대인 세르비아사회당(SPS)의 지지율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지만 대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SNS와 SPS가 전통적인 동맹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우선시하는 데 반해 야당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가 언론매체를 거의 완벽하게 통제하는 탓에 야권으로선 기울어진 싸움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럽 전문매체 유라크티브(EURACTIV)가 세르비아 국영방송의 보도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정부 측 인사는 81%에 달했지만, 야권 인사는 19%에 그쳤다.
유권자의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 측면에서도 야당 인사과 관련한 보도의 77%는 부정적으로 묘사됐고 불과 1%만 긍정적으로 묘사됐다.
불리한 언론 지형을 극복해야 하는 야권은 수도 베오그라드 시장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폭력에 반대하는 세르비아' 선거 연합의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야권이 수도인 베오그라드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향후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유라크티브는 전망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2012년 SNS 대표에 취임한 뒤 부총리와 총리를 거쳐 2017년 대통령에 선출된 뒤 지난해 재선됐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총선도 함께 치러져 2012년 이래 줄곧 집권당을 유지해온 SNS가 44.27%를 득표하며 압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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