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매가 '하향 안정화'…'누적적자 45조원' 한전, 걱정 더나
11월 SMP kWh당 122원으로 1년새 절반 내려…"LNG·석탄값 하락 영향"
'흑자 구조' 전환에도 재무상황 여전히 심각…"근본적 대책 마련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전력도매가격(SMP)이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쌓인 적자로 경영 위기에 처한 한국전력[015760]에는 적자 걱정을 덜어주는 소식이다.
그러나 한전의 적자 규모는 45조원에 달해 전기요금 추가 인상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전력거래소가 발행한 '11월 전력시장 운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SMP는 킬로와트시(kWh) 당 122.41원으로, 작년 같은 달 242.19원보다 49.5%(119.78원) 하락했다.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내려온 SMP는 지난 2021년 10월(107.7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SMP는 2021년 1∼9월 100원 아래에서 횡보하다가 그해 10월 107.76원으로 100원을 넘긴 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그해 12월 267.63원까지 치솟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들어 SMP는 2월 253.56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가며 4월엔 164.86원으로 200원대 아래로 내려온 데 이어 지난달 122.41원으로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안정되는 모습이다.
SMP 하락은 LNG, 석탄, 유류 등 주요 연료원의 열량단가가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연료원별 열량단가는 지난달 LNG가 기가칼로리(G㎈)당 8만2천497원으로 1년 전보다 46.4% 내렸고, 석탄은 3만3천108원으로 41.3% 떨어졌다. 같은 기준으로 유류는 14만6천412원으로 7.9%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한전이 전력시장에 지불한 평균 구매단가를 의미하는 정산단가도 kWh당 109.75원으로 1년 전보다 38.0% 내렸다.
정산단가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 따른 비용과 배출권 거래 비용을 제외한 전력 거래금액을 전력 거래량으로 나눈 값이다.
한전은 올해 4월까지 10개월 연속으로 에너지 구입 단가에서 판매 단가를 뺀 금액이 마이너스(-)로, 적자 구조가 계속됐으나 지난 5월부터는 플러스(+) 구조로 전환됐다.
최근 추세대로 에너지 가격 안정세가 계속된다면 한전의 재무 상황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도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2021∼2022년 두 해에만 38조5천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도 누적 영업손실 6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이후 누적 적자만 45조원이다.
한전의 부채 역시 200조원을 넘는 수준으로, 경영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전은 지난 5월 25조원대 자구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1조원 규모의 추가 자구책을 내놨다.
또 작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약 40% 올린 데 이어 지난달에는 대기업이 주로 부담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6.9% 인상하는 등 적자 구조 해소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아울러 내년에 회사채 신규 발행이 어려울 것을 우려해 최근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 자회사에 최대 4조원에 달하는 중간배당을 처음으로 요구하는 등 갖가지 대책을 짜내고 있다.
그러나 발전 업계 일각에서는 한전만큼은 아니지만,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발전사들에 중간배당을 요구하는 식의 조치는 '아랫돌 빼 윗돌 괴기'식 임기응변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가격 변동을 제때 반영할 수 있는 요금 결정 구조를 만들고, 주요 선진국처럼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독립 기구를 도입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지난달 전력 거래량(잠정치)은 443억kWh로 1년 전과 비교해 3.0% 증가했다.
11월 평균기온이 작년 섭씨 9.6도에서 올해 7.9도로 1.7도 낮아지면서 난방 수요가 상대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력거래소는 분석했다.
전력수요는 늘었으나 SMP 하락으로 인해 11월 전력 거래금액은 1년 전보다 35.3% 줄어든 5조43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전력 거래액은 71조6천578억원으로 작년보다 9.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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