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다른 두 도시인듯"…홍콩 구의원 선거 갈라진 풍경
홍콩매체 "일부 연장자 투표소 몰려…나머지는 침묵하며 외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지난 10일 제7회 구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마치 정치적으로 다른 두 도시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애국자'만 출마하도록 한 첫번째 구의원 선거였던 전날 선거에서 일부 연장자들은 투표장으로 몰렸지만 다른 이들은 시 전역에 설치된 600여개 투표소를 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투표 인증사진 등을 올리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훨씬 더 많은 다른 쪽에서는 15시간 동안 진행된 투표에서 침묵하며 선거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2019년 11월 반정부 시위 열기 속 진행됐던 제6회 구의원 선거 때는 시 전역 대부분의 투표소에 긴 줄이 늘어서면서 당국이 임신부와 노인 유권자의 대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특별 조치를 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투표소가 한산했던 이번 선거에서는 그러한 조치가 필요 없었으며, 대부분의 투표자는 중년이나 노년층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서 일부 전문가들은 선거제 개편에 따른 엄격한 자격 심사 절차 탓에 야권 후보들이 선거에 나오지 못하면서 대중의 관심이 꺾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유권자 융모(50) 씨는 4년 전과 비교해 투표소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도 "투표는 시민의 책임이다. 결과가 어떻든 시민은 투표할 책임이 있다"고 SCMP에 말했다.
또 중국 본토 출신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했다는 카렌 수(30) 씨는 투표소에서 받은 '투표 감사 카드'를 들고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릴 것이라며 "이전까지 투표해본 적이 없어 이는 너무 의미있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도와 관계없이 여기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의원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일부 권리를 갖고 있어 이곳이 더 민주적이라고 느낀다"며 "본토에서는 그런 게 없다. 기본적으로 최종 발언권을 가진 자가 최종 결정한다"고 말했다.
반면 많은 이들은 출마자 간 정치적 다양성 부족을 이유로 투표를 기피했다고 SCMP는 전했다.
그 결과 이번 구의원 선거 투표율은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 치러진 모든 선거를 통틀어 가장 낮은 27.54%로 집계됐다.
비키 루이(26) 씨는 SCMP에 "출마자들은 내가 지지하는 이들이 아니며 모두 친중 진영"이라며 "그들이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너무나 많은 공적 자금을 이용해 홍보하는데 효과가 없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케네스 찬 홍콩 침례대 부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에 "정부가 투표율 제고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투표율이 낮은 것은 대다수 대중이 이제 경기장 밖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SCMP는 투표자들이 받은 '투표 감사 카드'들이 온라인 쇼핑몰에 1∼680홍콩달러(약 169원∼11만원)의 가격에 매물로 올라왔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카드가 공무원들의 투표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전날 밤 소셜미디어에 해당 카드가 다른 선물이나 증표와 교환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성명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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