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차림 팔 남성들 영상에 "투항한 하마스" vs "무차별 구금"
WSJ "민간인 체포, 구타·가혹행위 빈발"…인권침해 논란 확산
"수감 중 팔레스타인 다수 구타당해…모유 수유중인 사람도 대상에 포함"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이스라엘군에 붙잡힌 팔레스타인 남성들이 속옷 차림으로 거리에 나앉은 모습의 영상이 공개된 뒤 제기된 인권침해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영상 속 남성이 총기를 내려놓는 장면을 제시하며 이들이 하마스 대원이라고 밝혔으나, 구금됐다 풀려난 이들은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 체포와 가혹행위가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의 영상에 등장한 마흐무드 알마둔(33)은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자신이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구금됐으며, 자신과 함께 붙잡힌 이들 중 하마스 등 무장세력과 연관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얼굴인식 장비로 안면을 스캔한 뒤 속옷 바람으로 바깥에 방치했다고 증언했다. 물이나 음식을 요구하면 욕설과 구타가 돌아왔다고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자정이 지나서야 주민들을 풀어줬으나, 아무 죄가 없는 대학생 사촌 2명은 이후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사인 카울라 살렘(40)은 지난달 말 자발리야 난민촌을 떠나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로 피란을 가던 중 이스라엘군 검문소에서 19세 딸 아실, 9세 딸 메이스와 함께 구금됐다.
취조 끝에 살렘과 메이스는 풀려났으나, 아실은 함께 오지 못했다. 살렘과 함께 가족을 기다리던 다른 여성들은 아실이 알몸 수색과 구타를 당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포로 및 수감자 교환을 통해 풀려난 팔레스타인인 여성 라마 카투르는 수감 중 다수가 구타를 당했는데 그들 중에는 모유 수유 중인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카투르는 "아무도 명확한 혐의가 없었다"며 "이스라엘은 수감자 가족과 주변에 대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가자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의사, 간호사, 구급차 운전사 등 의료진 36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에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한 알시파 병원의 모하메드 아부 살미야 병원장도 포함돼 있다고 가자 보건부는 덧붙였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하모케드의 제시카 몬텔 국장은 이스라엘 검문소에서 구금된 가족의 행방을 묻는 가족들의 전화가 115통 넘게 걸려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사례 중 석방은 2건뿐"이라며 "문제는 나머지 이들이 어디에 있냐는 것이다. 그들의 현재 위치는 어디며 법적 신분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전쟁 발발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가자지구에서 3천여 건의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군과 국내 담당 정보기관 신베트 등 이스라엘 당국은 구금 규모와 법적 근거, 구금 장소 등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장인 오마르 샤키르는 "민간인 구금에는 매우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지난 수십 년 점령 기간 이스라엘이 행한 학대적이고 차별적인 구금 관행을 볼 때 구금 시 이런 기준이 지켜지는지 심각한 의심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가자지구 시내에서 이스라엘군이 경계를 선 가운데 100여 명의 팔레스타인 남성들이 속옷만 걸친 채 길바닥에 줄을 지어 쪼그려 앉아있는 영상이 유포됐다.
이를 두고 민간인 불법 체포 및 인권 침해 논란이 제기되자 일론 레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이들은 모두 군인 연령의 남성으로, 몇주 전 민간인들이 대피해야 했던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들 중 한 명이 총기를 내려놓는 영상을 언급하며 하마스 대원의 투항은 전쟁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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