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80.63

  • 1.66
  • 0.07%
코스닥

680.67

  • 2.24
  • 0.33%
1/3

[2023결산] 세계를 짓누른 두 개의 전쟁, 갈라진 지구촌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2023결산] 세계를 짓누른 두 개의 전쟁, 갈라진 지구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화약고' 포화 속으로…2만명 가까이 숨져
러 방어에 고전하는 우크라, 국제사회 이목마저 빼앗기며 위기감
전선 나뉘며 美 군사지원 부담↑…세계 경제, 전쟁 장기화에 위축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023년 10월 7일. 유대교의 안식일 새벽 이스라엘 남부에 날아든 수천발의 로켓탄을 신호로 무장대원의 기습이 개시됐다.
이스라엘의 허를 찌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살해와 납치를 감행했고, 이에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에 나서면서 중동의 화약고는 다시 폭발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 위기까지 겹치며 국제사회 균열은 더욱 가속했고, 정치안보 지형도 요동쳤다.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유례없는 상황 속에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던 세계 경제는 또다시 출렁였다. 참상에 내몰린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도 최악으로 치달은 한 해였다.


◇ 하마스 기습에 이스라엘 '9년 만의 가자지구 지상전'
하마스는 이스라엘 기습 당일 240여명의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 외국인을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무방비 상태로 약 3천명의 하마스 무장대원에게 침투를 허용한 이스라엘은 이를 전쟁으로 규정하고 곧장 대대적 보복에 나섰다.
전쟁의 목표는 하마스 소탕이었다.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도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적들은 본 적 없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군사작전을 밀고 나갔다.
공습 강도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가자지구에서 하루 500∼700명씩 사망자가 나오는 참극이 벌어졌다.
인도주의적 위기를 우려하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커지자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후 약 2주 만인 10월 21일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국경 검문소가 개방되도록 허용,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10월 27일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확대하겠다"고 공식화했다. 2014년 '50일 전쟁' 이후 9년 만에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지상 작전이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근거지라며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 알시파 병원 등을 집중 공격했다.
전쟁의 레드라인인 병원에 이스라엘군이 진입하자 미국까지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했다. 하마스 절멸 때까지 교전을 멈출 수 없다던 이스라엘은 자국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과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을 석방 교환하는 대가로 11월 22일 하마스와 일시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최초 나흘간으로 설정된 휴전은 두 차례에 걸쳐 연장되며 영구 휴전의 기대가 커졌으나 12월 1일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일주일간의 짧은 평화를 뒤로 하고 작전을 재개했다.
이스라엘은 공식 사망자 집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하마스의 기습을 당한 이후 약 1천200명의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전사자는 100명을 넘겼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1만8천명을 넘어섰다. 이 중 70% 가량이 어린이와 여성이라는 게 하마스의 주장이다.
양측을 합치면 전쟁 발발 이후 2만명 가량의 인명이 희생된 셈이다.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에 중동에서 미국,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전쟁 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국교 수교까지 언급되던 평화 무드는 산산조각이 났고 중동은 물론 유럽, 미국에서까지 전세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편으로 나뉘었다.
이는 반(反)유대주의, 이슬람포비아(이슬람 공포증)와 같은 혐오와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하마스의 후원자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제5차 중동전쟁의 가능성도 점증하고 있다.

◇ '대반격' 신통찮은 우크라이나, 고개 숙인 젤렌스키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22개월이 지난 현재 전선이 고착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수복하겠다며 대반격을 개시했으나 러시아의 방어 태세에 막혀 고전을 거듭했다.
게다가 가자지구 전쟁에 가려져 국제사회의 관심마저 옅어지자 서방 지원이 절실한 우크라이나로서는 더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됐다.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 스톰 섀도 미사일 등 미국 유럽의 최신 무기가 공급될 때마다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았으나 전황의 결정적 변곡점이 되진 못했다.
미국과 서방이 지원 의사를 밝힌 F-16 전투기도 아직 우크라이나 실제 전력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또 우크라이나는 11월 남부 전선 격전지이자 '푸틴의 성지' 크림반도로 진격할 수 있는 드니프로강 유역에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도강 작전은 실패했다.
반격이 지지부진한 사이 전선에는 다시금 겨울철 땅이 진창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베즈도리자) 시기가 도래했고 양측은 또 한동안 소모전을 이어갈 전망이다.
일각에선 제1차 세계대전 참호전처럼 전력만 소비하는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 6월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 기업'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사태로 흔들리는 듯했지만, 반란 사태가 진정되고 두 달 뒤 프리고진이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지면서 국내 상황은 빠르게 안정됐다.
러시아는 지난 겨울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인프라를 노린 공습의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쟁 성과를 토대로 내년 3월 대선을 공식 선언, 사실상의 종신집권을 위한 또하나의 기반 다지기에 들어갔다.



◇ 셈법 복잡한 각국, 美 대선 변수…숨죽인 글로벌 경제, 여파 주시
우크라이나에 전폭적인 군사·재정 지원을 퍼주던 미국은 중동으로 시선이 분산된 탓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없는 딜레마에 내몰렸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향배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기전의 피로감 속에 야당인 공화당이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 예산안에 제동을 걸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양쪽 군사 지원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선을 1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자국 정치 상황 등과 맞물리며 두 개의 전선을 유지하기가 점차 부담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전폭적 지지 입장을 보여온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국제 사회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며 전쟁 정책 변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에 포스트 하마스 체제 등을 놓고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전쟁의 승패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도 갈릴 전망이다.
세계 경제도 숨죽인 채 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다음 날 4% 안팎 급등세를 보인 국제유가는 연말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달 6일 리야드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 회담한 후 원유 감산에 한목소리를 내며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석유 시장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유가 상승 등으로 에너지 시장이 출렁일 경우 또다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각국 금리를 밀어 올리고 개발도상국의 식량 안보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