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중 애국자'만 출마 홍콩 구의원 선거…투표율 주목
2019년 선거 투표율은 반정부 시위 속 사상 최고 71.2%
민주 진영 출마 '원천 봉쇄'에 유권자 관심 저조…일각선 20%대 전망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10일 제7회 구의원 선거가 실시되면서 투표율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선거는 중국이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기조로 2021년 홍콩 선거제를 직접 뜯어고친 후 치러지는 첫 번째 구의회 선거다. 앞서 선거제 개편 후 선거위원회(선거인단)와 입법회(의회), 행정장관 선거가 치러졌다.
홍콩 구의원 선거는 4년마다 치러진다. 2019년 11월 거센 반정부 시위 도중 치러진 선거는 민주화 요구 속 역대 가장 높은 71.2%의 투표율 속에서 민주당 등 범민주 진영이 전체 선출직 452석(전체 의석의 94%)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선거제 개편으로 구의회는 선출직이 88석(전체의 19%)으로 대폭 감축됐다. 대신 친중 진영으로 채워진 각 지역 위원회 3곳이 선출하는 176석, 정부 임명직 179석, 관료 출신 지역 주민 대표 몫 27석으로 구성이 바뀌었다.
선거는 열리지만 민주 진영이 아무도 출마 자격을 얻지 못하면서 홍콩의 7대 구의회는 투표를 하기도 전에 100% 친중 진영으로만 꾸려지게 됐다.
바뀐 선거법에 따라 구의원 선거 입후보를 희망하는 사람은 각 지역구 위원회 3곳(구위원회·소방위원회·범죄수사위원회)의 위원 최소 9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해당 위원회는 친중 진영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 때문에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야권에서는 아무도 후보 등록에 필요한 만큼의 추천을 얻지 못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민주 진영 없이 홍콩 구의회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이다.
홍콩 구의회는 정치적 영향력이 별로 없는 풀뿌리 기구이지만 지금까지는 선거 규모가 커 민의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직전 6대 구의회를 민주 진영이 거의 장악한 것에 놀란 중국 정부는 선거제 개편을 통해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앞서 중국 정부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정옌슝 주임은 "구의회 통치 개선을 위한 주요 원칙은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구의회 선거에서 전적으로 이행하는 것이며 선거를 이용해 홍콩의 행정 체제에 진입하려는 반중 세력을 종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뽑는 선출직 88석에 171명, 지역위원회 3곳이 뽑는 176석에 228명이 출마 자격을 얻었다.
선출직 88석을 놓고 친중 진영 최대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民建聯·DAB)이 44명, 공련회(工聯會)가 24명, 신민당(新民黨)이 17명의 후보를 각각 냈다. 또 실정원탁(實政圓卓·라운드테이블), 민주사로(民主思路) 등이 각각 1명의 후보를 등록했다.
홍콩 언론은 이번 선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저조해 정부가 투표율 올리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보도해왔다.
SCMP는 "처음에는 투표율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던 정부가 최근 몇 주간 투표율 높이기에 나섰다"며 "투표율이 낮을 경우 선거의 정당성에 문제가 제기될까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측통들과 일부 정치인들은 이번 구의원 선거의 투표율이 20% 정도로 낮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고 전했다.
선거제 개편 후 2021년 12월 치러진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는 민주 진영의 보이콧과 시민 무관심 속 역대 최저인 30.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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