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국 땅' 영유권 주장 베네수, 국민투표 이어 인구조사 추진
해당 지역 가이아나 국민에 시민권 부여 준비…가이아나, 반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베네수엘라가 이웃 나라 가이아나에 속한 '자원 노다지 땅' 편입을 위한 국민투표 이후 관련 행정적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부통령 소셜미디어와 홍보 방송 '마두로와 함께 플러스' 녹화 영상 등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천500㎢ 지역에 신설할 예정인 '과야나 에세키바주'(州) 인구조사 시행을 골자로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해당 지역에 3개의 세부 종합개발 구역을 두는 행정 절차도 밟으라고 정부 부처에 지시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베네수엘라 국민은 우리의 땅, 과야나 에스키바를 구조하기 위한 계획을 내놓으라는 준엄한 명령을 대통령에게 내렸다"며 "가이아나는 제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해당 지역까지 포함한 새 지도를 전국 학교, 공공시설, 종교단체 및 각 가정에 배포하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지도"라며 현재 가이아나 국토에 해당하는 '과야나 에세키바' 땅까지 베네수엘라 영토로 표시한 지도 사진을 엑스(X)에 게시했다.
금과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땅은 한반도 크기와 비슷한 가이아나의 총 국토 면적(21만㎢)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가이아나 전체 인구(80만 명) 중 12만5천여 명이 살고 있다. 인근 해상에서는 유전까지 발견됐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3일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투표 참여자 95% 이상 지지를 근거로 이 지역을 자국 영토로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제법상 효력은 없다.
국영회사에 석유 탐사 면허까지 발급하기로 하는 등 인구 2천800만명의 '거대 이웃' 베네수엘라에서 국민투표 이후 논란의 땅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을 급발진하자, 인구 80만명의 소국 가이아나는 "무모한 시도를 삼가라"며 정면 대응하고 있다.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전날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의 모험적인 행위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하고 있다"며 군사적 도발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외교라는 무기를 활용해 평화적 해결에 전력을 쏟고 있다"며 "스페인어를 쓰는 이웃 국가가 국제법을 준수할 수 있게 설득해 달라고 (베네수엘라 우방인) 쿠바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둔 중남미 국가와는 달리 과거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가이아나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두 나라와 동시에 영토를 접한 유일한 국가인 브라질은 북부 호라이마주에 병력 배치를 강화하며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지난 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카라카스를 찾았던 세우수 아모림 전 외교부 장관은 "이웃 국가를 향한 위협에 따른 우리의 심각한 우려를 (베네수엘라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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