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범죄' 후지모리 前 페루 대통령 석방 놓고 공방 계속
헌재 "미주인권재판소서 권한 밖 명령…즉각 풀어줘야"
법원·정부 "석방 집행 허용할 수 없어"…권력기관 간 입장차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알베르토 후지모리(85) 전 대통령 석방 문제를 놓고 페루 정부와 대법원, 헌법재판소간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재차 "그를 즉각 풀어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5일(현지시간) 페루 안디나통신과 일간지 엘코메르시오에 따르면 페루 헌재는 이날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신 보호 청원(habeas corpus)을 받아들이고 2017년 이뤄진 사면 결정을 되살린다는 취지의 2022년 3월 결정의 즉각적인 집행을 교정 당국 등에 명령했다.
관련 결정문에서 헌재는 '페루 정부가 후지모리 전 대통령 석방을 불허해야 한다'는 미주인권재판소 판결(2022년 4월)에 대해 "국가 형 집행 법리에 모순된다"며 "사법부 판결을 준수해야 할 국가에 대해 해당 국가의 법원 판결을 집행하지 말라고 강제하는 것은 미주인권재판소 권한 밖의 일"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미주인권재판소에는 사법부 결정의 불이행을 직접 명령할 권능이 없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내려진 2022년 3월 17일 판결의 집행을 준수해야 함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일본계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2000년 재임 중 페루에서 자행된 살인, 중상해 등 인권 범죄와 관련해 2009년 징역 25년 형을 선고받았다. 2000년 일본으로 도주 뒤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당시 그의 자진 사임은 거부됐고, 국회는 그를 탄핵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85) 당시 대통령의 사면 결정으로 자유의 몸이 됐지만, 이듬해인 2018년 10월 대법원이 사면을 취소하면서 다시 교도소로 돌아갔다.
이후 헌재는 2022년 3월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신 보호 청원을 받아들였으나, 페드로 카스티요(54) 당시 정부는 "그를 석방해선 안 된다"는 2022년 4월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재판소 판결에 근거해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페루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이미 형기의 약 ⅔를 복역한 상황에서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석방 명령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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