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현실 다룬 흑백영화의 돌풍…伊 영화 '흥행 공식' 깼다
영화 '체 안코라 도마니', 역대 이탈리아 흥행영화 10위 진입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로마 출신 여배우 파올라 코르텔레시의 감독 데뷔작 '체 안코라 도마니(C'e Ancora Domani·내일은 아직 있다는 뜻)가 이탈리아에서 흥행 신화를 쓰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지난 10월 26일 개봉한 이 영화는 전날까지 약 400만명이 관람하며 2천728만1천유로(약 386억원)의 누적 수익을 올렸다.
이로써 '체 안코라 도마니'는 박스오피스 집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흥행 수익 기준으로 역대 이탈리아 영화 10위권에 진입했다. 1∼10위 영화 연출자 중 여성은 크르텔레시가 유일하다.
외국 영화를 포함한 전체 박스오피스에서도 이 영화는 역대 흥행 22위를 차지했다. 전체 1위는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다.
'체 안코라 도마니'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공화국이 탄생한 1946년 로마를 배경으로 학대받는 주부의 가정 내 투쟁을 따라가며 가부장제와 여성 권리에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올해 50세인 코르텔레시는 폭력적이고 통제적인 남편 이바노(발레리오 마스탄드레아)의 학대에 시달리면서도 세 자녀와 병상에 누워 있는 시아버지를 돌보는 델리아 역을 맡았다.
흑백 영화에다 무거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극장을 떠났던 관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며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이 영화는 조만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2천750만유로)의 흥행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체 안코라 도마니'가 개봉 이후 그려온 흥행 그래프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이탈리아에선 코미디 영화가 대세였기 때문이다. 역대 흥행 이탈리아 영화 1∼9위는 모두 코미디 장르다. 5위에 오른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유대인 강제수용소의 비극적 상황까지 코미디로 그려낸 작품이다.
진지한 영화는 흥행하기 어렵다는 불문율을 깼다는 점에서 이탈리아 영화계는 이 영화의 흥행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졌다. 최근 22세의 여대생 줄리아 체케틴이 전 남자친구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건이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킨 데에는 이 영화가 한몫했다는 평가가 많다.
'체 안코라 도마니'의 해외 배급을 맡은 비전 디스트리뷰션은 이 영화가 전 세계 18개국에 판매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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