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투자, 이렇게 위험한 적 없어"…내년 미·대만 선거도 부담
WSJ "미중 관계 악화 따른 中 경제와 금융시장 영향 드러나"
국제 투자자들, 8월 이후 中 본토 주식 31조원어치 매각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 연방정부 직원들과 군인들의 퇴직금을 관리하는 TSP(Thrift Savings Plan)의 투자위원회는 최근 자체 대규모 국제주식 펀드가 중국과 홍콩을 제외한 글로벌 MSCI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환의 이유로는 지정학적인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투자위원회의 한 컨설턴트는 민감한 중국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제한, 중국 기업들의 상장 폐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에 따른 러시아 증권에 대한 제재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최근 기술 투자 제한과 함께 미국 기술의 수출 금지로 인해 중국과 홍콩 주식 투자가 더 억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이렇게 위험한 적은 없었다며, 중국과 미국 관계가 더 악화하고 있고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올해 더 분명히 나타났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2010년대 경제 호황기에 중국으로 몰려든 글로벌 투자자들의 마음 한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 그 리스크는 현실화해 중국의 주식과 채권, 민간기업 지분의 매입을 검토할 때 최우선의 고려 사항이 됐으며 많은 사람에게 중국 투자를 꺼리게 하고 있다.
이런 사정에 따라 지난 8월 이후 국제 투자자들은 중국 상하이·선전 거래소의 A주 투자 자금 중 240억달러(31조4천억원) 이상을 빼내 갔다.
중국 상하이의 금융정보제공업체 윈드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이는 2014년 홍콩과의 연계를 통해 중국 본토의 A주 투자가 가능해진 이후 해외자금 순유출로는 최대 규모이자 가장 지속적인 흐름이다.
이 같은 자금 유출은 중국 경제 지표의 부진과 동시에 발생하기도 했다. MSCI 중국지수는 올해 10% 떨어졌고,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몇몇 주요 월스트리트 은행의 전략가들은 중국 주식을 매각한 헤지펀드와 액티브 펀드 대부분이 중국의 성장 전망과 미중 관계가 크게 개선되기 전에는 복귀할 가능성이 작다고 밝혔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내년에 미국과 대만에서 각각 대통령 선거와 총통 선거가 있어 지정학적인 복잡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지난 달 12일 보고서에서 매우 가혹한 시나리오 하에서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 1천700억달러(222조원)어치를 더 팔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 연기금이 정책적이고 지정학적인 이유로 중국 보유 자산을 완전히 청산하고, 액티브 뮤추얼 펀드와 헤지펀드가 중국 자산 비중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상정한 경우다.
한편으로는 이미 지정학적 우려가 시장에 반영됐고 최근 미중 관계와 중국의 거시경제 전망에 개선 조짐도 나타나 아직은 이 가혹한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판단이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