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SNS왕국' 메타 AI연구소 설립 10년…VR헤드셋 쓰니 실시간 번역
전세계 40여개 미디어 초청 브리핑…한국어 등 100여개 언어 번역 AI 모델 헤드셋에 탑재
인스타서 단어 치니 사진 배경 자동 변화…LLM 오픈소스 제공·생성형 AI '메타 AI'도 공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3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전시 공간.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의 최신 VR(가상현실)·MR(혼합현실) 헤드셋인 퀘스트3를 쓰니 잠시 후 눈앞에 가상의 스크린이 나타났다.
이어 상대방이 스페인어로 자기소개를 하자, 가상 스크린에는 영어로 바뀌어 나타났다. 시차는 거의 없는 실시간이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스페인어였지만, 영어로 바뀌면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또 다른 사람이 중국어로 말하자, 이번에도 영어로 표시됐다. 메타의 헤드셋에 장착된 인공지능(AI)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상호 간 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된 지 딱 1년이 되는 이날 메타는 자체 AI 연구소인 '메타 페어'(FAIR·Fundamental AI Research) 설립 1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AI 연구진은 물론, 'AI 4대 천왕'으로 꼽히는 얀 르쿤 메타 부사장 겸 수석 AI 과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전 세계 40여명의 미디어 관계자를 초청해 AI 기술을 소개했다.
이날 선보인 번역 기능은 메타가 지난 8월 발표한 '심리스M4T'(SeamlessM4T)라는 이름의 새로운 언어 번역 AI 모델을 헤드셋에 탑재한 것이다.
'대규모 다국어 및 멀티모달 기계 번역'(Massively Multilingual and Multimodal Machine Translation)을 뜻하는 이 AI 모델은 약 100개 언어로 번역한다.
메타는 이 모델이 한국어를 번역하는 모습도 시연했다. "이번 연휴 샌디에이고 여행이 너무 기대돼"라는 문장을 입력하자, 영어로 번역됐다.
메타는 지난 8월 '심리스M4T'를 공개했을 때는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실시간 번역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번역 기능은 퀘스트3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타는 조만간 이 기능을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전 세계 20억명이 이용하는 메타의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서 AI가 사진을 편집하는 기능도 소개됐다.
휴대전화에서 인스타그램 앱을 켜고 인물 사진을 찍은 뒤 '백드롭'(backdrop·배경)이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사진 속 인물이 배경과 분리됐다.
이어 '해바라기'(sunflower)를 입력하자, 배경은 해바라기 앞에서 사진을 찍은 듯 금세 해바라기로 바뀌었다. 구글 포토에 AI 기능이 장착된 것과 비슷했다.
니크힐라 라비 메타 페어 엔지니어 겸 매니저는 그러나 "구글 포토는 전문가를 위한 것이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떤 단어를 입력해도 그에 맞는 배경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 '명동 시장'을 입력하자, 이번에는 배경이 명동 시장으로 바뀌었다.
소셜미디어(SNS) 왕국으로 잘 알려진 메타는 2013년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AI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올해 들어 AI 열풍이 불면서 메타도 그동안 개발한 기술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메타는 지난 2월에는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인 라마를 선보였다.
특히 메타는 이 언어 모델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상업적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제공했다.
르쿤 부사장은 "LLM이 오픈 소스로 제공되지 않으면 AI 기술이 소수의 기업에 의해 지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지난 9월에는 생성형 AI인 '메타 AI'를 공개했다.
챗GPT와 유사한 기능의 '메타 AI'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메신저 등 메타의 SNS 제품에서 텍스트 입력으로 구동하는 AI 비서다.
메타의 AI는 인스타그램 등 SNS와 가상·혼합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VR·MR 헤드셋에 접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메타 AI 연구소를 이끄는 후안 피노 부사장은 "페어 설립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의 발전을 보는 것은 정말 흥미롭다"며 "우리는 AI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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