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족 위주에 나이 많은 버크셔 이사진"…변화 요구 직면
WSJ "신규 투자자들 위주, 현 이사진 체제 반기지 않아"
2년 새 '장수 이사' 90대 4명 사망…변화는 쉽지 않을 듯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워런 버핏(93)의 단짝으로 이번 주 99세로 세상을 떠난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 부회장은 장기간 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최근 2년 사이 90대 나이로 숨진 버크셔의 '장수 이사' 4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에 앞서 지난해 9월 데이비드 "샌디" 고테스만 이사는 96세로, 2021년 9월 월터 스콧 이사는 90세의 나이로 각각 사망했다.
또 지난해 2월 96세의 토마스 S. 머피는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3개월 후 숨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버크셔의 이사진이 나이가 많다며 모든 투자자가 이를 반기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또 일부 투자자 사이에 이사회의 임기와 구성에 대해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수년 동안, 버크셔 지분을 축소하겠다는 버핏 버크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약속에 따라 더 많은 회사 주식이 기관투자자들 손에 들어갔다.
덩달아 주주들은 점차 직원의 다양성에서부터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까지 회사의 많은 사회적 그리고 지배 구조상 우선순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4천700억달러(606조원) 규모를 보유한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이 버핏 이사회 의장의 교체를 요구하는 주주 제안에 찬성하기도 했다. 당시 버크셔에 약 23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한 상황이었다.
이들 투자자의 요구에는 이사회의 구성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에 따르면 멍거 부회장 사망 전 이사회 구성원의 평균 연령은 70세였고, 재임 기간은 평균 16년이었다. 전체 이사의 73%가 남성이었다.
멍거 사망 후 평균 연령은 약 67세다. 물론, 전체 이사 중 절반이 나이가 많다면, 다른 절반은 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장조사 업체 에퀼라에 따르면 S&P 500 기업 중에서 버크셔 이사진은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지만 가장 나이가 많은 쪽은 아니다.
이들 기업 중 42개의 이사진 평균 나이는 버크셔보다 많다.
한 예로 방산업체인 텔레다인 테크놀로지스(Teledyne Technologies)는 이사 평균 연령이 77세로, 가장 많다. 데이터베이스 대기업인 오라클만 해도 76세다.
버핏은 S&P 500 기업 중에서 단 3명의 90대 이사 중 한 명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버크셔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출신 CEO이자 미국 내 가장 유명한 흑인 경영인 중 한 명인 켄 셔놀트를 이사진에 영입하기도 했지만, 버핏의 딸 수전과 머피 전 이사의 아들인 톰 머피 주니어를 합류시켜 "친구와 가족 이사회"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는 버핏이 최근 버크셔 주식을 가족들의 자선재단에 기부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때 버크셔가 지배구조에 대한, 특히 신규 투자자들의 과감한 요구를 수용할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WSJ도 멍거 부회장이 버핏의 핵심 사업 파트너였지만 그의 사망으로 버크셔의 지배구조 등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버크셔는 앞서 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그레그 아벨(61)을 버핏을 이을 차기 CEO로 지명한 바 있으며, 버핏의 아들이자 버크셔 이사인 하워드가 회장직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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