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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아들 일기장도 두고왔다"…이스라엘 인질들이 겪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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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아들 일기장도 두고왔다"…이스라엘 인질들이 겪은 공포
부실한 식사에 샤워도 못 해…치료 못받은 고령자들 건강 악화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암흑 속에서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긴장과 불안의 연속.'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이스라엘과 일시 휴전의 조건으로 인질들을 석방하면서 인질들이 가자지구에서 보낸 지옥 같은 시간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하마스는 27일까지 나흘간 인질 50명을 풀어줬는데 이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외신은 석방자 가족의 증언 등을 토대로 납치된 이들이 가자지구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게 지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에 붙잡혔던 이들은 약 7주 동안 가자지구에서 주로 빵과 쌀을 먹으면서 버텼고 제대로 몸을 씻을 수도 없었다고 한다.
1차 석방자인 케렌 먼더(54)와 9살 아들 오하드, 모친 루스 먼더(78)는 가자지구에서 주로 피타(중동식 납작한 빵 또는 이 빵에 채소 등을 채운 샌드위치)를 먹었다고 먼더의 사촌인 메라브 모르 라비브가 전했다.
라비브는 "그들은 먹었지만, 규칙적으로 먹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식사가 부실하다 보니 먼더와 모친은 몸무게가 6∼8㎏ 빠졌다고 한다.
다른 석방자 아디나 모셰(72)도 가자지구 생활이 끔찍했다고 그의 조카 이얄 누리가 CNN에 밝혔다.
누리는 "그들(모셰를 비롯한 인질들)은 식사로 쌀과 통조림에 든 콩만 제공받았고 복통을 겪지 않으려고 안 먹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또 "말할 것도 없이 샤워를 할 괜찮은 시설이 없었다"며 "그들(인질)은 7주 동안 샤워를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인질들의 잠자리도 불편했다.
먼더 가족은 의자를 3개 붙인 간이침대에서 잠을 잤고 화장실에 가야 할 때는 문을 두드려야 하는데 수 시간씩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지하터널 등 깜깜한 곳에서 오랫동안 지낸 석방자들이 환한 빛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모셰의 조카는 "이모는 수 주 동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었기 때문에 햇빛에 적응해야만 했다"고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전했다.
고령자 중에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가자지구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
26일 풀려난 알마 아브라함(84)은 이스라엘 소로카 의료센터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센터 측은 아브라함에 대해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뒤 의학적으로 방치됐다"며 "그는 현재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열악한 환경뿐 아니라 언제 풀려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절망감도 인질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하마스로부터 완전히 풀려나는 순간까지 피를 말리는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가자지구에서 생일을 보낸 먼더의 9살 아들 오하드는 석방된 뒤 친구들과 다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친구 중 한명은 이스라엘 매체 '왈라 뉴스'와 인터뷰에서 오하드가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힐 때 일기장을 갖고 있었는데 가자지구에 일기장을 놓고 왔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오하드의 어머니 먼더는 일기장이 자칫 아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석방자 중에는 억류됐던 가자지구 건물에서 탈출했다가 다시 붙잡힌 20대 남성도 있다.
러시아계 이스라엘인 로니 크리보이(25)는 가자지구에서 구금됐던 건물이 공습을 받고 전투가 벌어지는 틈을 타 탈출한 뒤 며칠간 숨어서 지냈지만 결국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발각되면서 하마스에 인계됐다고 그의 이모인 옐레나 마지드가 전했다.
마지드는 "그(크리보이)는 국경까지 가려고 했는데 자신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달아나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며 "그는 4일 동안 혼자 있었다"고 말했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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