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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중독' 전략…"글로벌 수요 떠받치려 빈국 시설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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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중독' 전략…"글로벌 수요 떠받치려 빈국 시설투자"
가디언, 기후대응 맞선 계획 지적…환경단체 "마약상" 비판
"아프리카 등에 자동차·가스레인지 늘려 화석연료 소비 촉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전 세계 석유 사용을 늘리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석유 의존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 계획을 세웠다고 영국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개도국에서 석유와 가스 등 화석 연료의 수요를 만들기 위한 '석유 수요 지속가능성 프로그램'(ODSP)이라는 투자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왔다.
최근에 그 내용이 공개된 ODSP는 선진국들이 화석 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등 화석 연료 수요가 줄어드는 것에 대응해 아프리카 등지의 개도국에서는 화석 연료로 구동되는 자동차, 버스, 비행기 사용을 늘리기 위한 내용이 핵심이다.
개도국에 에너지와 운송 측면의 장벽을 제거하고 장작을 대체할 가스레인지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화석 연료 의존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ODSP에는 기존 비행기보다 3배 많은 제트 연료를 사용하는 초음속 항공 여행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자동차 제조회사와 협력해 저렴한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며 오염물질을 많이 내뿜는 중유나 가스를 사용해 해안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ODSP를 총괄하며 7천억달러(약 907조원) 규모의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와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 화학제조기업 사빅과 사우디 정부 주요 부처가 이 계획에 참여했다.

ODSP 영어 웹사이트의 간단한 설명에는 이를 '석유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아랍어 버전 웹사이트에는 '석유 수요 지속 가능성 프로그램'이라고 쓰여있다.
아랍어 사이트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경제적, 환경적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으로서의 탄화수소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동시에 사우디의 에너지 믹스(구성비) 전환이 지속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명시돼있다.
기자들이 투자자들로 위장해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고, 이를 통해 ODSP의 목표가 개도국의 석유·가스 수요 증가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기자들이 일부 핵심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석유와 가스 수요 증가가 목표인지를 묻자 사우디 관계자는 "그렇다.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주요 목표 중 하나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또 "전기자동차를 완전히 보급하려면 준비된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도국은 이 '화석 연료' 단계를 건너뛸 수 없다"며 "아프리카의 다수 국가에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충분한 전기가 없는 곳이 많다. 이들이 현재 개발에 필요한 에너지를 가질 자격이 있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이 계확과 관련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ODSP의 내용이 알려지자 이것이 개도국이 "유해한 제품에 중독되도록 설계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프리카의 기후 관련 싱크탱크 '파워 시프트 아프리카'의 모하메드 아도 국장은 "사우디 정부는 아프리카를 해로운 제품에 중독되도록 하려는 마약상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가 더럽고 오염을 유발하는 화석 연료를 끊으려고 하고 있는데 사우디는 필사적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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