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적 연구는 실패해도 지원"…정부 R&D 혁신방안 발표
예타 면제도 적극 검토…"국제협력에 3년간 5조4천억 투입"
연구비 지원 1억 이상으로 대형화…국제협력 R&D 거점 해외 구축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도전적 연구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등 도전적·혁신적 연구가 우대받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연구개발(R&D) 개선방안을 정부가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3차 전원회의에서 심의·확정한 이 같은 내용의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과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R&D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비는 적어도 1억원 이상 되도록 과제를 대형화하고, 전략기술 분야에 매년 5조원 수준을 지속 투자하며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국가기술연구센터'(NTC) 중심으로 재편한다.
국제협력 R&D는 정부 R&D의 6~7% 수준으로 늘려 향후 3년간 5조4천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해외에 전략거점을 두는 등 체계를 고도화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R&D 혁신방안이 관리자 중심 제도와 규제에서 도전적·혁신적 연구가 우대받는 '제도혁신'과 단기적 투자에서 기초·원천기술, 차세대 기술 중심 투자로 전환하는 '투자혁신'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 연구 장비 도입 120일→50일 단축…도전적 R&D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적극 검토
정부는 우선 도전적 연구에 대해서는 실패를 용인하기 위해 성공·실패를 구분 짓는 평가 등급을 폐지하고, 대신 연구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공유하기로 했다.
또 고성능 연구시설이나 장비 도입계약에 걸리는 시간도 기존 120일에서 50일로 대폭 단축한다. 이를 위해 연구시설과 장비 구매를 수의계약 대상에 추가하도록 하는 국가계약법 시행령도 개정한다.
연구과제비 사용기간과 예산상 회계연도를 일치해야 했던 규제도 폐지해 연구과제를 상시 착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과제를 착수하고 나면 그해 남은 기간에 대한 예산만 산정돼 다음 해 사업을 이어가려면 다시 과제 착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대체해 12개월짜리 과제라면 과제 착수 시점과 관계없이 12개월 예산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지침 변경은 글로벌 공동연구와 기초연구사업에 우선 적용되며, 다른 사업에도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또 도전적 R&D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패스트트랙에 올리거나 조사를 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선정 여부를 중심으로 보던 것에서 전문가 검토와 대안을 만드는 형태로 바꿔 기획 완성도를 높이기로 했다.
연구자 기술료 보상 비율도 현행 50%에서 60% 이상으로 상향하고, 우수 지적재산(IP)을 보유한 연구자에게는 사업화 R&D를 지원한다.
시스템 등록 연구비 증빙자료는 별도 문서로 보관하지 않는 등 '종이 없는 연구행정'도 구축한다.
◇ 연구과제 평가 상피제 폐지하고 공정성 높여…PBS 일부 개편 추진
연구과제당 연구비는 최소 1억원 이상으로 지원해 2~3억원 규모 과제가 주를 이루도록 대형화하기로 했다.
기존 사업들에는 일몰제를 강하게 적용해 1천200여 개 사업 중 20% 이상을 대형 계속사업으로 바꾼다는 목표도 세웠다.
다만 학생과 박사후연구원 연수 지원, 순수 이론 연구, 개념연구 등은 소규모 연구를 유지하기로 했다.
연구과제 평가에서는 과제 신청자와 같은 기관에 속하는 연구자 평가 참여를 제한하는 상피제를 폐지한다.
대신 평가위원과 평가 결과를 피평가자에게 공개하고, 평가위원 이해 상충 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행동강령 등을 만들어 공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우수 평가위원 발굴을 위한 '평가위원 평가제'를 도입하고, 기획위원이 선정과 최종 평가까지 참여하는 '책임평가위원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12대 국가전략기술 R&D 투자는 매년 5조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PRA)을 모방한 방식의 R&D도 늘리기로 했다.
출연연은 국가전략기술 전진기지인 '국가기술연구센터'(NTC) 중심 체제로 바꿔 핵심 연구인력과 장비를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글로벌 수준 연구자와 NTC 참여 연구자는 인건비 100%를 보장하는 등 연구자가 외부 과제를 수주해 인건비 등 비용을 충당하도록 하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일부 개편하는 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번 혁신방안을 통해 2027년까지 세계 최고국 대비 90% 수준인 전략기술 분야를 3개에서 8개까지 늘리고, 피인용 상위 1% 논문 점유율도 2017년~2021년 기준 3.87%에서 2022년~2026년 4.8%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 인용 기준 세계 상위 1% 연구자도 올해 65명에서 2027년 100명으로, 학술기업 네이처가 평가하는 네이처 인덱스 상위 200위 이내 기관 수도 이 기간 5개에서 10개로 늘 것으로 예측했다.
또 연구비 10억원당 SCI(E)급 논문 수는 지난해 1.82 편에서 2027년 3편으로, 해외 특허 등록 건수는 0.75 건에서 1.5 건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 한미일 중심 국제협력 추진…'한국형 마리 퀴리 프로그램'으로 인력교류 지원
글로벌 R&D 분야는 협력 상대국 상황에 맞출 수 있도록 사업 집행 시 예산의 회계연도 이월을 허용하고, 프로젝트 사업 기간과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는 '프로그램형 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한미일 중심 글로벌 R&D 협력 프로젝트를 신설하고, 이후 아세안과 중동 등 다양한 국가와 협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글로벌 R&D 기획을 위해 12대 국가전략기술과 17대 탄소중립 기술을 중심으로 한 전략지도를 구축하고, 주요 분야별 플래그십 프로젝트도 발굴하기로 했다.
또 글로벌 R&D 전략 거점센터를 해외에 구축해 현지에서 직접 기획하고 해외 우수기관과 매칭 등을 수행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자문회의 산하에 '글로벌 R&D 특별위원회'를 새로 설치해 정책심의와 플래그십 프로젝트 선정, 전략거점센터 지정 등을 맡기기로 했다.
국가전략기술별로 글로벌 인력지도를 만들어 인력교류 사업과 연계하고, 유럽연합(EU) 연구자 교류프로그램인 '마리 퀴리 프로그램'을 본떠 초기 연구자의 인력교류를 지원하는 한국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세계 최고 수준 연구기관과 공동연구, 인력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탑티어 협력 플랫폼'도 새로 구축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재외한인 연구자 유치 지원, 개인 기초연구 협력 지원에 나서고, 연구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국제협력 관련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과기정통부는 밝혔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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