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흥정에 러시아 시베리아2 가스관 건설 지연될듯"
홍콩매체 "푸틴, 엄청난 압박 받아…중러 '무제한 파트너십' 시험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러시아의 주요 외화벌이 통로인 가스관 건설이 중국의 신중한 태도로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서방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협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중국이 흥정하는 입장을 취함에 따라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 같다고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중국은 자기들에게 협상력이 있고 자기들이 훨씬 강한 입장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며 "그들은 큰 폭의 할인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가스관이 건설되지 않으면 엄청난 규모의 가스가 낭비되고 러시아는 돈을 잃을 것이기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스관 건설에 대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건설 측면에서 중국은 위험도, 비용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러시아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쪽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시베리아 지역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몽골을 거쳐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 지역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연 500억㎥ 수송 용량의 이 가스관 건설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지난해 1월 마무리했으며, 2024년 건설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은 독일 등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 확대를 위해 건설됐던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대체용으로 검토되고 있다.
러시아 북서부 지역에서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2021년 9월 완공됐으나, 독일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제재의 일환으로 가동 승인을 거부하면서 폐기된 상태다.
러시아는 그에 앞서 시베리아 차얀다 가스전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길이 2천㎞ 이상의 '시베리아의 힘-1' 가스관을 건설해 2019년 12월부터 천연가스를 공급해 오고 있다.
지난해 이 가스관을 통해 155억㎥의 가스를 중국에 수출한 러시아는 매년 공급량을 늘려 2025년에는 수송용량을 최대치인 연 380억㎥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은 중국과 러시아 간 '무제한 파트너십'(no-limits partnership)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험이 될 것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무제한 파트너십' 관계를 국제사회에 과시한 바 있다.
SCMP는 "중국은 시베리아의 힘-2 프로젝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관영 매체나 정부 문서에서 해당 프로젝트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지난달 푸틴 대통령이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찾았을 때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푸틴은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빅토리아 아브람첸코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달 몽골 방문 당시 '시베리아의 힘-2'의 설계가 올해 끝나고 내년 1분기에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완공까지는 6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몽골 측도 해당 가스관 건설이 자국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국제연구소의 자오룽은 SCMP에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은 중국, 러시아, 몽골 3자 간 협력으로, 일반적인 시장 규정에 따라 많은 협상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실수요와 국제·지역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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