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싱가포르서 새 산학모델…"투입량의 3배 효과낸다"
싱가포르 정부·대학과 '모빌리티 연구소' 구축
조남준 난양이공대 교수·데이비드 로우 싱가포르 과학기술청 CEO 간담회
"인간·로봇 함께 작업할 솔루션 공동개발…한·싱가포르 양국에 동일 이익"
(싱가포르=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 정부 소속 연구기관인 과학기술청(A*star·에이스타), 공립 난양이공대학(NTU)과 함께 삼자 협력으로 세울 모빌리티 연구소는 어떤 모습일까.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준공을 닷새 앞둔 지난 16일(현지시간) 모빌리티 연구소 설립을 준비해 온 조남준 난양이공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와 과학기술청 산하 첨단재제조기술센터(ARTC)의 데이비드 로우 최고경영자(CEO)를 난양이공대 리서치 테크노 플라자(RTP)에서 만났다.
모빌리티 연구소가 들어설 난양이공대 캠퍼스는 HMGICS에서 차로 약 10분 떨어진 곳에 있다. 인적·물적 교류를 하기에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다.
2011년 부임한 조남준 교수는 "난양이공대는 정부, 기업과 긴밀히 연결된 '트리플 헬릭스'(삼중 나선) 모델을 통해 롤스로이스, 콘티넨탈, HP 등 글로벌 기업 20곳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현대차그룹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리플 헬릭스 모델을 통해 이뤄지는 삼자 협력 기간은 기본적으로 5년. 연구 주체의 협의에 따라 갱신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난양이공대에 이뤄진 연구 투자는 24억달러(약 3조1천억원)에 달한다. 조 교수는 "난양이공대는 투자가 대단히 많은 연구 집약 대학"이라며 "산업 파트너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두고 연구한다"고 말했다.
이 모델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있는 일반적인 산학협력과는 뚜렷이 구별된다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이 훨씬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산업체가 학교에 1을 투자해 연구센터를 만든다고 해서 정부에서 똑같이 매칭해주진 않지만, 여기서는 정부와 학교가 똑같이 1씩을 투입한다"며 "(업체가) 1을 집어넣으면 3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인풋(투입량) 대비 아웃풋(산출량)이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를 하는 기업끼리 협력하는 경우도 많고, 연구에 참여한 협력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도 흔하다. 조 교수는 "외국 인재들이 연구소에 들어와 열심히 연구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잘 만들어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트리플 헬릭스 가운데 정부 측인 ARTC는 학술적 연구 결과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 센터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파일럿(시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때 연구된 기술이 HMGICS에도 실제로 적용됐다.
이어 HMGICS에 적용된 전기차(EV) 조립 시설과 관련 프로젝트 등도 진행해 왔다.
데이비드 로우 CEO는 "자동차 산업에서 공유하고 있는 '고도화된 자동화 및 유연한 제조'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인간과 로봇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공동 연구소의 실제 모습은 앞서 2019년 난양이공대 캠퍼스에 설립된 독일 자동차 기술기업 콘티넨탈의 모빌리티 연구소에서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연구소에서는 수십 명의 학생 연구원들이 충돌 회피를 비롯한 자율주행 기술과 운전자 주의 집중 장치 등을 연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연구소 개소 후 내년까지 5년간 연구에 투입되는 금액은 5천만달러(약 646억원) 수준이다.
콘티넨탈 연구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연구소는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우리로서도 현대차와 협업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연구소에 대한 현지의 기대와 관련해 조남준 교수는 "싱가포르에서는 K드라마와 K팝의 인기가 아주 높은데, 한국 기업에 대한 인지도 역시 매우 높아 많은 학생이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로우 CEO는 "사실 싱가포르 무역통상부 입장에서는 모든 기업이 같을 수 있지만, 현대차그룹처럼 세계적으로 훌륭한 네임 밸류를 가진 기업과 협업하게 된 데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다양한 한국 기업이 공동 연구소 설립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공동 연구는 싱가포르뿐 아니라 한국에도 동일한 이익이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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