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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드론이 갑자기 왜 이래"…우크라서 소리없는 '전자전'
전파방해·가짜신호로 드론·방공망 공격…"날씨·지형만큼이나 큰 영향"
"전자무기가 러·우크라 전쟁 교착상태 깨는 열쇠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작년 말 러시아의 탱크와 군인들을 찾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드론)들이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동태를 파악하는 데 몇 달간 문제 없이 비행하던 무인기들이었다.
이들 무인기를 공급한 독일 드론업체 퀀텀시스템스는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요청을 받고 처음에는 "(뭐가 문제인지) 미스터리였다"고 답답해했다.
이 업체는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무인기 운항을 위해 인공위성과 연결된 무선 신호를 러시아가 방해해 추락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퀀텀시스템스는 일종의 보조 조종사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기반 구동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엑스박스 컨트롤러(조이스틱)로 착륙시킬 수 있는 옵션을 추가했다.
또 러시아의 '전자 공격'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 센터를 설치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에서 이같이 보이지 않는 첨단 '전자전'(電子戰)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전은 방해전파를 쏴서 무인기(드론)나 군사 레이다 등의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전자 병기를 이용해 이를 방어하는 '소리 없는 전투'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자전은 날씨와 지형만큼 전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자전은 100년 이상 됐으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은 독일 폭격기들의 표적 시스템을 속이기 위해 독일의 무선 신호를 모방했고, 윈스턴 처질 당시 영국 총리를 이를 '빔 전투'라고 말했다.
2000년대 미국은 이라크전에서 급조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의 통신이 이뤄지지 못하게 전파방해 장치를 이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전자전 기술이 한층 발전했다. 한때 훈련된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던 전자전 기술이 최전선 보병부대로 전파됐다.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 조종사들은 보이는 않는 공격을 피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미세 조정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할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전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 강력한 전파 방해와 유인용 미사일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침범했다.
전자전의 기본적이지만 효과적인 수단은 전파 방해이고, 무인기나 미사일이 궤도를 이탈한 것처럼 보이도록 가짜 신호를 보내는 '스푸핑' 기술도 있다.
러시아는 드론으로부터 참호를 방어하는데 드론총과 같은 작은 이동식 전자무기들도 만드는 등 기술 혁신을 이룬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 수석 부소장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러시아가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려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러시아군의 전자전 노하우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기술 분야 근로자들이 전자전 제품을 신속하게 생산해 실험하고 전장으로 보내도록 하는 스타트업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정보기술의 광범위한 활용이 전장에서 러시아군과의 교착상태를 깨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유럽, 중국이 향후 분쟁이 일어났을 때 전자전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해보는 '대리 실험실'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찰스 브라운 미군 합참의장은 올해 의회 청문회 준비 발언을 통해 전자전 문제를 제기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전자전 무기 구매와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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