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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독재"…오페라극장서 야유받은 아르헨 극우 대선후보
일부 지지자는 박수치며 휴대전화로 밀레이 후보 촬영하기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하비에르 밀레이 대선후보가 17일(현지시간) 애인과 같이 오페라 극장을 찾았다가 극심한 야유를 받고 숙소로 돌아갔다고 현지 일간지 클라린과 라나시온이 보도했다.
밀레이 후보는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애인 파티마 플로레스와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로 꼽히는 콜론극장에 마담 버터플라이를 보러 갔다가 뜻하지 않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1층에 마련된 로열석 발코니에서 오페라를 관람하던 밀레이 커플은 오페라 1막이 끝나고 불이 켜지자, 밀레이를 발견한 청중들에게 심한 야유를 받기 시작했다.
현지 일간지 기사에 첨부된 동영상과 SNS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청중들은 큰 소리로 '밀레이 쓰레기, 넌 독재야'를 랩처럼 큰 소리로 외치면서 야유를 퍼부었다.
청중뿐만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단원 일부도 소리치면서 '페론당 행진'을 연주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화난 청중은 그 외에도 '절대 안 돼'(Nunca Mas)를 외치기도 했다.
이는 1976∼1983년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시절 잔인한 고문 끝에 실종 및 살해당한 피해자 3만여명의 행방과 군정부의 악행을 조사한 보고서의 이름이자, 반인륜적 대학살을 자행한 군사정권 재판에서 검사가 가해자들을 향해 외친 말로도 유명하다.
콜론 극장 안에서 밀레이에 대한 야유가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동영상에선 몇몇 지지자들이 휴대전화로 그를 촬영하면서 박수를 치거나 악수를 청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혜성처럼 나타난 밀레이 후보는 극우 자유경제 학자로 연 143%에 이르는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고 기성 정치인들을 싹 다 쓸어버리겠다는 공약으로 젊은 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아 결선까지 진출했으나, 그의 과격한 공약은 장점이자 단점이 됐다.
그는 개헌 전에는 불가능한 중앙은행 폐쇄 및 미국 달러화 공식 화폐 채택을 약속했다.
아울러 장기 매매 및 영아 매매, 총기 소지, 낙태법 폐지, 국영기업 민영화, 강과 바다 등의 민영화, 무상교육 및 무상의료 폐지, 정부 지출 긴축(국내총생산의 15%), 모든 정부 보조금 폐지, 정부 부처 축소(여성부 폐지) 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 제3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여당 대선후보이자 현 경제장관인 세르히오 마사의 집중 질문을 받고 이러한 공약 일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해 지지자들마저 혼란케 하고 있다.
특히 유세 중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전기톱을 들고 다니면서 무분별한 정부지출을 잘라버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대선토론에서는 정부 보조금을 긴축하지 않겠다고 번복했다.
밀레이는 70년대 아르헨티나 군 독재 정권이 자행한 모든 만행이 과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그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빅토리아 비야루엘의 의견과도 같다.
비야루엘 후보는 군 장성 집안 출신으로 아르헨티나의 군사독재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현재 투옥 중이거나 가택연금 상태인 반인륜적 대학살자들의 명예를 되찾아주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혀 사회의 지탄과 극우 세력의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다.
비야루엘은 또한 BTS를 성병 이름 같다고 조롱하는 트윗으로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19일 진행될 아르헨티나 결선투표는 민주주의 대 반민주주의 대결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sunniek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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