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군사대화 재개·펜타닐 단속 합의…대만·수출통제는 이견(종합)
시진핑 "수년간 대만 침공 계획 없어"…바이든 "대만 선거 절차 존중해야"
바이든 "미군에 맞설 기술 제공 안해"…시진핑 "수출통제로 中발전 억제"
美 "이란 도발 자제토록 힘써달라"…中 "펜타닐 원료 제조회사 직접 단속"
(워싱턴·베이징=연합뉴스) 김동현 한종구 특파원 = 미국과 중국 정상은 15일(현지시간) 양국 관계 경색으로 그동안 단절됐던 군사 대화 채널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열린 대면 정상회담에서 이 같이 합의했다고 양국 정부가 회담이 끝난 뒤 밝혔다.
바이든 정부 고위당국자는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양국이 '군대군(軍對軍) 대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매우 분명하게 요청했으며 중국이 제도화를 위한 조치를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중국이 현재 공석인 국방부장을 새로 임명하는대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기로 하는 등 군 고위급 소통을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양국 군의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전화통화 등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회담 결과 자료에서 발표했다.
군사 대화 재개는 그동안 미국이 의도치 않은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내용으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두고 줄곧 갈등하는 두 패권국 간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정상은 4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대만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항상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문제"라며 "중국은 발리 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긍정적인 태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이 수년간은 대만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대만과 평화 통일을 선호한다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미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대규모 침공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전하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접근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입장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고 미국은 현상 유지를 믿는다면서 중국이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의 핵전력과 관련해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중국은 핵전력 확충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등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 인민의 발전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일방적 제재를 해제해 중국 기업에 공평하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출통제 등의 경제 조치는 앞으로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국 간 경제 경쟁의 장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서, 중국이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게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인공지능(AI)의 위험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아직 이와 관련한 어떤 합의를 발표할 준비는 되지 않았으며 더 논의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
회담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논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에서 갈등이 확산하지 않도록 이란이 도발로 여겨질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명했다.
이에 회담에 참석한 중국 당국자들은 중국이 중동 지역의 위험과 관련해 이란과 대화를 했음을 밝혔다고 미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우려도 분명히 밝혔다.
그간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해왔다.
양국은 미국 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관련 합의도 했다.
중국은 중국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을 막기 위해 펜타닐 원료를 제조하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과 관계를 안정화하고 싶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에 대한 미국 내 논의를 잘 인지하고 있으며 중국공산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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