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올해 영화관 매출 9조원 넘어…'전통' 뜨고 '외화' 지고
당국 '우수 전통문화' 강조 속 장이머우 '만강홍' 박스오피스 1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의 올해 영화관 박스오피스 매출이 자국산 영화의 압도적인 비중 속에 한화 9조원 규모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증권일보 등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올해 중국의 영화 티켓 매출은 500억4천200만위안(약 9조50억원)이었다.
중국 박스오피스 매출은 2017년 500억위안을 처음 넘었고, 2019년에는 641억4천900만위안(약 11조6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2020년 204억1천700만위안(약 3조7천억원), 2021년 472억5천800만위안(약 8조5천억원), 2022년 300억6천700만위안(약 5조4천억원)으로 지난 3년 동안에는 부침을 거듭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올해가 아직 한 달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박스오피스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에 근접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덩타(燈塔)의 데이터분석가 천진은 "중국 영화 시장의 회복세가 강해 연간 박스오피스는 550억위안(약 9조9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출 상승은) 춘제(春節·중국의 설)와 여름철에 나온 인기 영화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만강홍'(滿江紅), '유랑지구2'(流浪地球2), '고주일척'(孤注一擲), '사라진 그녀'(消失的타<女+也>) 등 '대목 영화'들의 흥행에 힘입어 올해 춘제 매출액은 67억6천600만위안(약 1조2천억원·역대 춘제 시즌 2위), 여름철 매출은 206억2천100만위안(약 3조7천억원·역대 여름 시즌 신기록)을 각각 기록했다.
영화사 실적도 개선됐다. '만강홍', '유랑지구2', '고주일척'에 관여한 알리 픽처스, 웨이보, 완다 미디어, 화이 브라더스 등 11곳의 상장 영화사 가운데 9곳의 1∼3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늘었고, 최대 608.94%의 증가 폭을 보이기도 했다.
증권일보는 올해 중국 영화계 특징으로 '전통 배경 영화'가 선전했다는 점을 꼽았다.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이 남송(南宋) 시기를 그린 서스펜스물 '만강홍'은 2015년 나온 판타지물 '착요기'(捉妖記) 이후 처음으로 연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바라보는 고대 배경 영화가 됐다.
중국 싱크탱크 판구의 장한 연구원은 '만강홍'의 흥행 성공에 대해 "영화 자체의 높은 품질이 한 측면이라면, 다른 측면은 국가가 우수한 전통문화의 창조적 전용과 혁신적 발전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의 수혜자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공산당은 최근 들어 중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80%대를 유지해온 중국산 영화의 비중은 올해도 83.4%로 외화를 크게 앞섰고, 박스오피스 상위 10편은 모두 중국 영화로 채워졌다. 최근 10년 새 해외 블록버스터의 중국 내 비중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2019년 미국 디즈니의 블록버스터 '캡틴 마블'은 중국 매출액 10억위안(약 1천800억원)을 넘기도 했지만, 올해 나온 속편 '더 마블스'는 최종 스코어가 3억위안(약 540억원)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 연구원은 해외 블록버스터가 중국 시장에서 약세인 이유에 대해 "영화 품질에 대한 관객의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고, 올해 전형적인 실패 사례인 '인어공주'처럼 작품이 전달하려는 많은 관념이 꼭 국내 관객들에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풀이했다.
xi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