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관계 불편' 방글라에 밀착?…해군함대 치타그람항 방문
50여년만에 치타그람 찾아…"친선 방문·양국 관계 높은 수준"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러시아 해군 함대가 50여년만에 처음으로 방글라데시 제2의 도시인 남부 치타그람(옛 치타공)항을 방문했다.
13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더데일리스타 등에 따르면 대(對)잠수함 전함 등으로 구성된 러시아 태평양 함대가 전날 치타그람항에 도착했다.
방글라데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자체 소셜미디어 계정에 태평양 함대 사진과 함께 "러시아 태평양 함대가 치타그람항을 방문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와 방글라데시 관계의 큰 이정표"라는 글을 올렸다.
러시아 명예영사인 아시크 임란은 태평양 함대가 오로지 친선을 위해 방문했다며 "이는 현재의 양국 관계가 매우 높은 수준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전했다.
알렉산드르 만티츠키 방글라데시 주재 러시아 대사는 타스통신에 50년 전 러시아 해군 함대가 치타그람항을 방문한 것은 항구에 설치돼 있던 기뢰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만티츠키 대사는 "당시 러시아 해군 함대는 1971년 독립을 쟁취한 이 젊은 나라(방글라데시)를 인도주의적 재앙에서 구조하기 위해 왔다"면서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후 이 항구에는 기뢰들이 설치돼 있었고 수십 척의 배들이 (기뢰 폭발로) 침몰해 있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해군 함대는 방글라데시 독립 직후인 1972년부터 1974년까지 치타그람항을 방문해 기뢰 제거 작업을 했다.
방글라데시는 1947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인도가 독립할 때 분리 독립한 파키스탄의 일부였다.
현 파키스탄은 서파키스탄, 현재의 방글라데시는 동파키스탄으로 당시에는 같은 나라였으나 1971년 3월 동파키스탄이 서파키스탄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일으켰고 인도의 지원과 개입으로 같은 해 12월 독립을 쟁취했다.
러시아의 전신 옛 소련도 방글라데시 독립을 지지했으며 신생 독립국 방글라데시와 1972년 1월 수교했다.
러시아 해군 함대의 이번 치타그람항 방문은 내년 1월 총선을 앞둔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방글라데시 정부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러시아의 또다른 뉴스통신 스푸트니크는 전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적 선거 절차를 훼손하는 방글라데시인들에게는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최근 경고한 데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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