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풍향계] 공매도 금지가 부른 변동성 장세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주식시장이 주간 기준 2주째 오름세를 이어갔으나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 영향으로 변동성이 커졌다.
급등하던 시장 금리가 안정되면서 코스피 2,300선 부근에서 지지선을 구축하고 반등을 시도하던 증시는, 예기치 않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이후 급등락하며 방향성을 잃은 모습이다.
빌려서 판 주식을 갚기 위해 사들이는 '숏커버링'(공매도 재매수) 효과가 예상 밖으로 단명하고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심리와 수급에 따라 주가의 진폭이 커지는 변동성 장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결국 경제 지표와 시장 금리,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여건)에 의해 증시의 방향이 잡혀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0일 2,409.66으로 1주일 전인 지난 3일(2,368.34)보다 41.32포인트(1.74%) 상승했다. 전주에는 2.84% 올랐었다.
업종별로는 운수창고(5.51%), 의료정밀(4.77%), 유통업(3.45%), 기계(3.38%), 의약품(3.38%), 증권(3.20%), 서비스업(3.14%), 음식료품(2.87%) 등 대부분이 올랐고 종이목재(-1.08%), 화학(-0.53%), 통신업(-0.23%)만 내렸다.
코스닥지수는 789.31로 한 주 동안 0.92% 올랐다.
한 주간 외국인 투자자(기타 외국인 포함)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천33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개인이 7천875억원, 기관이 1천595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외국인이 2천489억원, 개인이 1천208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기관은 3천355억원을 순매도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최근 증시를 지배해온 미국 국채 금리에 집중됐던 투자자들의 관심을 국내 수급으로 이동시켰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높은 가격에 매도한 뒤 싼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피하고자 주식을 사서 되갚는 숏커버링에 나서게 된다.
주요 공매도 세력으로 지목돼온 외국인이 지난 한 주간 총 1조7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은 숏커버링 결과로 볼 수 있다.
외국인은 시장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6월 이후 5개월 동안 한국 주식을 순매도해왔다.
그러나 숏커버링에 따른 증시의 수급 개선 효과는 사실상 하루에 그쳤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첫 날(6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폭(134포인트)으로 오르며 단번에 2,500선을 넘었으나, 이튿날부터는 쏟아진 차익 매물을 소화하면서 공방 끝에 오름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 과정에서 앞서 공매도의 타깃이 됐던 이차전지 테마주들의 손바뀜이 심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잔고(코스피+코스닥)는 8일 현재 4억830만주(17조6천480억원)로 시장 전체의 0.36%(금액 기준 0.76%) 수준이다.
이는 공매도가 금지되기 직전 거래일인 지난 3일보다 7.8% 감소한 것이다. 연초(1월2일 3억8천322만주)에 비하면 6.5% 많은 수준이다.
이에 비춰보면 숏커버링 매수 물량이 추가로 유입될 여지는 있지만 당장 필요한 물량은 이미 소화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이 오르면 사야 되는 공매도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들고 가야 할 공매도도 있다. 공매도를 금지했으니까 그동안 공매도했던 주식을 다 되사들여서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건 너무 단순한 발상"이라며 "공매도 금지의 입소문 효과는 초반에 거의 마무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투자 주체들이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를 자산 배분이나 포트폴리오 전략에 반영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너무 공매도로 시장을 설명하려고 하면 투자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2008년, 2011년, 2020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과거 사례로 보면 공매도 금지는 단기적인 숏커버링 이후 외국인 매수세를 약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 외국인 수급은 매도 우위였다"면서 "큰 악재와 겹쳐 위험자산을 회피하기도 했지만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비중을 축소한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이후 외국인 수급은 펀더멘털 상황에 따라 매수로 전환되기도 하지만 수급 공백은 대체로 개인투자자가 메운다"면서 "하지만 높은 금리로 인해 개인의 뭉칫돈 유입 여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주변 여건은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종목별 주가가 위아래로 변동이 심해 단기적인 증시 움직임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미국 증시는 과열을 우려할 정도고, 매크로(거시경제)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27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오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견제 발언이 나오고서야 열흘 만에 소폭 조정을 받았지만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1일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 긴축 효과로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해 기준금리 인상이 종결됐다는 낙관론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이후 국채 금리가 급락하고 증시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파월 의장은 지난 9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릴 만큼 충분히 제약적인 기조를 달성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으로 시장에 제동을 걸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적당히 높은 금리(미국 10년물 국채금리 4% 중반~5% 수준)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금리가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키울 정도로 상승하는 것도, 수요를 둔화시키지 못할 정도로 낮아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13~17일) 증시는 공매도 정책에 쏠렸던 관심이 점차 펀더멘털로 옮겨갈 것으로 관측된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여파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미국과 국내 거시경제 지표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러나 이차전지 테마 관련 종목들에 대한 숏커버링이 마무리된 후 투자 심리가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는 점은 증시의 상승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역대 공매도 금지 기간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유출됐던 것을 고려하면 외국인 순매도세로 인해 하락세가 시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14일에는 미국 금리정책 방향을 점칠 수 있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공개되고 15일에는 10월 미국 소매판매가 나온다.
정명지 연구원은 "물가와 소비의 조합이 '미국 인플레이션은 확실히 끝났다'는 신호를 주면 파월 의장의 발언에 상관 없이 긴축 종료 혹은 내년 금리인하 횟수에 대해서 시장이 기대감을 가질 것"이라며 "15일 미·중 정상회담과 17일이 처리 시한인 연방정부 예산안 협상 결과도 증시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전망치를 2,380~2,500으로 제시했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4일(화) =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 15일(수) = 미국 10월 소매판매, 중국 10월 산업생산, 한국 10월 실업률, 미·중 정상회담
▲ 16일(목) = 미국 10월 산업생산
▲ 17일(금) = 미국 연방정부 내년도 예산처리 시한 종료
abullap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