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내내 성탄절만 준비하는 직업은?…"백화점 연말 책임진다"
롯데百 윤호연 VMD, 정세랑 작가 손잡고 '소공 애비뉴' 조성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일 년 내내 성탄절만 준비하는 직업이 있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담당하는 비주얼머천다이저(VMD·시각적 상품기획자)는 매출이 집중되는 연말에 각 사의 자존심을 건 대결을 벌이기 위해 일 년을 쏟아붓는다.
롯데백화점 크리스마스 프로젝트 책임 VMD 윤호연(41)씨는 지난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성탄절 스토리를 짜고 이를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게 내 일"이라며 "올해는 상상한 이미지 대비 완성작 일치율이 99%에 이른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VMD팀은 계절별, 행사 유형별 백화점 내외부 장식을 담당하며 그중에서도 매출이 몰리는 연말 크리스마스 장식에 가장 공을 들인다.
윤 책임은 작년 크리스마스에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외벽을 따라 3층 높이 유럽 상점이 늘어선 형태의 '소공 애비뉴'를 선보여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H빔으로 본점 외벽에 높이 10m, 깊이 2.5m의 가건물을 100m 길이로 축조하고,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쇼윈도를 여러 개 만든 형태다.
그는 작년 12월 초 독일과 영국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답사한 뒤 올해 장식도 소공 애비뉴 형태를 살리되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등으로 유명한 정세랑 작가 손을 잡고 스토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윤 책임은 "1∼2월에 올해 장식에 대한 방향을 잡고, 3월에 메인 콘셉트를 정했다"며 "'크리스마스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간절한 소망을 담은 편지를 쓰자'를 테마로 정했고, 이를 정세랑 작가에게 스토리로 만들어달라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어린이 '해아'가 그리운 친구에게 쓴 편지를 빼앗으려는 종이 벌레를 크리스마스 선물 요정이자 편지 배달부 '똔뚜'와 함께 비눗방울 등으로 물리치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 스토리의 동화 같은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 스페인 작가 줄리아 사르다 포르타벨라에게 삽화를 맡겼고,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소공 애비뉴에 설치한 9개 쇼윈도를 통해 구현했다.
윤 책임은 "5월에 정 작가님의 스토리가 완성됐고, 6월에 스페인 작가로부터 삽화를 받은 뒤 이를 디자인에 녹였다"며 "8월부터 장식에 필요한 소품 등을 발주했고, 10월 한 달간 밤낮 없이 설치해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상한 대로 제작되는지 확인하느라 최근 두세 달 동안 야근이 이어졌다"며 "소공 애비뉴에서 사진 찍는 분들을 보면 달려가서 어떤 스토리인지 설명해주고 싶다. 스토리를 알고 보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고 웃음 지었다.
정 작가도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을 방문해 애니메이션과 소공 애비뉴를 확인하고 생각한 대로 따뜻한 느낌이라며 만족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백화점별로 크리스마스 장식은 고유의 특징이 있다. 롯데백화점은 '대중 백화점'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쇼윈도를 통해 풍부한 볼거리 제공과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윤 책임은 롯데백화점 본점을 포함해 전국 32개 점포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총괄 설치했다.
그는 "최대한 많은 분에게 연말의 따뜻한 감성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올해 장식을 완성했다고 해서 허탈감을 느낄 새는 없을 것 같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내년 장식을 위한 영감을 얻고자 부랴부랴 출국할 것 같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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