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반유대주의 논란' 팔레스타인계 의원 징계
'견책' 결의…의원직 유지하지만 공개 질책 불명예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미국 의회의 유일한 팔레스타인계인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이 반(反)유대주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가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징계를 받았다.
7일(현지시간) AP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하원은 이날 민주당 소속 3선 의원인 틀라이브 의원에게 '견책'(Censure) 징계를 내리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4표, 반대 188표로 가결했다.
하원 내 공화당 진영에서 발의한 이번 결의안에 민주당 의원 22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원 가운데 4명은 반대했다.
견책은 미국 의회가 의원들에게 내리는 여러 징계 조치 중 하나로 주로 의회에서 욕설·폭행을 하거나 동료의원의 명예를 해치는 경우, 뇌물을 받은 경우 등에 내려졌다.
의원직을 박탈하는 가장 무거운 징계인 '제명'(Expulsion)과 달리 견책은 의원의 권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견책을 받는 의원은 징계결의 투표가 진행되고 의장이 사유를 낭독하는 동안 의장석 아래 연단에 서 있는 등 공개적으로 질책을 받는 정치적 불명예를 안게 된다.
이번 견책 결의는 틀라입 의원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과 관련해 지난 3일 본인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영상이 발단이 됐다.
이 영상에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자들이 '강에서 바다까지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담겼는데, 1960년대부터 팔레스타인 독립을 주장하는 여러 단체가 사용해 온 이 구호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하마스를 비롯한 극단 세력과 반유대주의 성향 인사들에게 '강에서 바다까지'는 이스라엘의 소멸을 뜻한다.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에 자리한 이스라엘 땅에서 유대인들을 몰아내자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의 인사들은 이 슬로건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종교와 인종 등으로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지니게 되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한다.
징계 결의안을 발의한 리치 매코믹(공화· 조지아) 의원은 이 구호를 전자의 의미로 해석해 틀라입 의원이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거짓 이야기를 홍보하고 이스라엘 국가 파괴를 촉구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틀라입 의원은 징계안 투표 몇시간 전 X를 통해 "동료 의원들이 뻔한 거짓말로 가득 찬 결의안으로 내 입장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틀라입 의원은 "나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저지른 끔찍한 민간인 표적 살해를 모두 규탄했으며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를 애도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징계 결의를 주도한 매코믹 의원은 "의원실 직원들이 심각한 폭력 협박을 받아 조지아주 커밍에 있는 지역구 사무실 문을 한시적으로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코믹 의원은 경찰이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협박을 받았는지는 부연하지 않았다.
inishmor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