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귀신 작전? 이, '민간인 학살' 거센 비판에 美 과거 전쟁 소환
"일본 원폭 투하·이라크 대테러전서도 민간인 사상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민간인 사망자 크게 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도 거세지자 이스라엘이 과거 미국이 수행한 전쟁을 언급하며 항변하고 나섰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리들은 최근 공개 발언과 외교상의 비공개 대화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9·11 이후 대테러전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낳은 과거 서방의 도시 지역 군사작전을 잇따라 언급했다.
적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비공식적으로 과거 미국의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 폭탄 투하를 거론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끌어내기 위해 원자폭탄을 투하하면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는 20만명 가량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30일 연설에서 1945년 영국 공군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나치 독일 비밀경찰 게슈타포 본부를 폭격하려다가 학교를 타격해 민간인 100여명이 숨진 사건을 거론하면서 "전쟁에서 지극히 정당한 행위에 따른 비극적 결과"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도 지난달 24일 미국 공영방송 PBS 인터뷰에서 "미국이 모술에서 이슬람국가(ISIS)를 몰아내기 위해 연합군을 이끌었던 것과 같이 어떤 전투 상황에서도 민간인 사상자는 있다"라고 말했다.
2016∼2017년 미국이 이라크 정부와 함께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를 상대로 벌인 전투에서는 민간인 8천명가량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라크 팔루자 전투도 거론했다.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저항세력 소탕을 위해 2004년 집중적인 공격을 가했던 팔루자에서는 수백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3만명으로 자국이 추산하고 있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무기를 민간 시설 아래나 안에 두고 이스라엘의 공습을 부추긴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도 모술 전투 당시 현재 이스라엘의 주장처럼 이슬람국가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과 이라크의 군사 작전에 대한 지지를 약화하는 수단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나오는 것을 반기고 있다고 한 바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개전 이후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가 1만300명을 넘었고 이 가운데 어린이가 4천200명 이상이라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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