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美-이스라엘, 교전중지·포스트하마스 구상 '이견' 노출
바이든 "인질석방 위해 사흘간 교전중지"·네타냐후 "하마스 신뢰 못해"
네타냐후 "가자에 무기한 안보 책임" vs 바이든 "재점령, 큰 실수될 것"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영혼의 동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둘러싸고 일부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한 몸'이 되길 자처했다.
그러나 전쟁이 한 달을 넘긴 가운데, 양국은 인도적 차원의 일시적 교전 중지와, 하마스 축출이라는 전쟁의 목표 달성 이후의 팔레스타인 미래상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우선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몰아낸다는 목표에 공감하며, 그 목표를 위해 일반적 의미의 '휴전'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나 '인도적 교전중지'를 놓고는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미국은 인질 석방, 가자지구로의 인도적 지원품 공급, 가자지구내 외국인 대피 등 3대 목적, 그 중에서도 주로는 미국인을 포함한 인질 석방을 위해 인도적 교전중지를 이스라엘 측에 제안하고 있다.
미국은 처음에 '인도적 교전 중지'로 명명했다가 6일부터 '전술적 교전 중지'라는 새로운 표현을 동원해가며 이스라엘을 설득하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6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군이 사흘간 대(對)하마스 공세를 중단하면 하마스는 인질 10∼15명을 석방하는 한편, 모든 인질의 신원을 검증한 뒤 명단을 제공하도록 한다는 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악시오스는 소개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3일 이스라엘을 다시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인도적 교전중지 제안을 받은 직후 "인질석방이 포함되지 않은 일시적 휴전은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미국은 일시적 교전 중지를 통해 인질 석방, 가자지구로의 물자 공급, 외국인 대피 등 성과를 냄으로써 가자지구 내 인도적 상황 악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공세의 고삐를 늦췄다가 하마스 축출이라는 목표도 달성하기 전에 전쟁의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세를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할 때의 정치적 부담도 이스라엘의 우려 사항일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인도적 교전중지의 경우 기간과 장소, 목적을 명확히 할 경우 이스라엘이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형태로 타협점을 찾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6일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인질 석방이나 구호품 전달 등을 위해 "전술적 잠깐의 중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보다 더 심각해 보이는 양국의 잠재적 갈등 요소는 하마스 축출이라는 목표 달성 이후 가자지구의 '거버넌스(통치)'에 대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방영된 CBS 방송의 '60분'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점령한다면 그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이스라엘에 '전폭적으로 이번 전쟁을 지원할 테니 이 '선'은 넘지 말라'고 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네타냐후 총리는 ABC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쟁이 끝난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무기한 전반적 안보를 책임질 것"이라고 말해 바이든이 그은 '선'을 넘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7일 오전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은 이스라엘을 위해 좋지 않다고 여전히 믿는다"고 말했다.
그런 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브리핑에서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가자의 재점령을 지지하지 않으며 그건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라며 양국간에 큰 이견이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커비 조정관의 1차 반응 이후 국무부의 2차 반응이 나오기까지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조율이 있었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낳는 대목이었다.
네타냐후 발언이 하마스 축출 이후 하마스를 대체할 통치기구가 들어설 때까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면 바이든의 '점령 불가' 입장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자지구의 미래상을 둘러싸고 언제든 다시 두 정상 간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예상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자 독립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지지하지만, 여태 네타냐후 총리는 '2국가 해법'에 대해 전적인 지지를 표하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가자지구에서 몰아내는 것으로 전쟁이 끝날 경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질서 유지를 맡을 과도기를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에서부터 시작해서 2국가 해법을 추진할지 등을 놓고 이견을 노출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 유지를 위해 타협보다는 '강경 일변도'를 고수할 경우 민간인 피해 줄이기와 중동 안정화, 확전 방지를 최우선시하는 미국과 갈등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미국민의 관심이 저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2개의 전선'에 관여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어깃장'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세에 따른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미국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대이스라엘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네타냐후의 '마이웨이'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집토끼'들의 민심 이반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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