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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마스 학살 영상 韓언론에도 공개…"국제적 보도 불공평"(종합)
토르 주한대사 "인질 석방 없는 한 정전 못받아들여…가자 남부 인도적 위기 없다"
하마스 잔혹성 부각, 비판론 진화 여론전…北 하마스 땅굴 지원설엔 "대답 않겠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당시 유아 살해 등 잔학 행위를 저지른 정황을 담은 영상을 한국 언론에 공개하고 가자지구 인명피해를 주로 다루는 국제적 언론 보도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6일 종로구 서린동 대사관에서 한국 언론 상대로 43분 분량의 영상을 녹화·녹음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상영했다.
이 영상은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공격 당시 착용한 보디캠과 휴대전화, 폐쇄회로TV(CCTV), 희생자들의 차량 블랙박스와 휴대전화 영상 등을 편집한 것으로,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이스라엘 측의 이날 한국 언론 대상 영상 공개는 최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전 본격화로 인해 민간인 희생자가 증가, 국제사회에서 비판 여론 및 휴전 촉구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하마스의 잔혹성을 부각함으로써 지상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국제 여론을 개선하기 위한 여론전 차원으로 보인다.
이 영상에는 무장대원들이 피를 흘린 채 숨진 것으로 보이는 한 남성의 목을 베려고 농기구로 여러 차례 내리치며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고 계속 외치는 장면이 찍혔다.
다수의 유아·어린이와 여성들의 시신, 불탄 시신 수십구의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또 하의가 모두 벗겨져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여성의 시신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측은 성폭행 피해 증거를 확보했다고 외신에 밝힌 바 있다.
영상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키부츠(집단농장) 내 가정집이나 도로 위 자동차, 유치원 등지에서 저항하지 않거나 달아나는 무력한 민간인을 여럿 사살했고, 쓰러진 사람들을 확인 사살하기도 했다.
무장대원이 테이블 아래 숨어있던 소녀로 보이는 사람에게 몇 마디를 건넨 뒤 총을 쏴 살해하는 장면도 실렸다.
레임 키부츠의 음악축제 현장에도 피 흘린 채 숨진 시신 수십구 이상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총 260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원은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맨손으로 유대인 10명을 죽였다. 지금 숨진 유대인 여자의 전화로 통화하고 있다"며 "내가 죽인 자들을 내 왓츠앱(메신저)에서 보라"고 자랑했다.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영상 상영을 마친 뒤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팔레스타인 아동 등의 인명피해만 보도되고 있다. 국제적 언론 보도가 균형을 잃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한국 언론도 이스라엘 공습 사망자는 '학살'(massacre)의 희생자라고 쓰면서 하마스 학살로 숨진 이들은 '살해'(killing) 희생자라고만 표현하는데, 이는 불공평하다"며 이번 영상에 나온 모습은 "학살이라는 말의 정의(definition) 그 자체"라고 말했다.
토르 대사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에 따른 정전 촉구 여론과 관련해 하마스가 붙잡아간 240명의 인질을 석방하지 않는 한 정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가자지구 남부에는 물과 식량, 에너지와 전력이 공급되고 있다"며 해당 지역에서는 "전시 상황이라 불편한 것은 맞지만 인도적 위기는 없다"고 주장했다.
토르 대사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을 공격할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하마스가 병원 지하 땅굴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파괴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 밑 땅굴의 하마스 지휘소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법상 병원을 표적으로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면서도 "이스라엘군은 전쟁법을 준수하고 민간인 피해가 없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토르 대사는 이번 참사의 배경과 관련해 "일부는 이것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의 문제 때문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훨씬 더 깊다"며 지난 수십 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설명했다.
1994년부터 양국 간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를 다스렸으며,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정착촌과 군 기지 등을 모두 철수시키고 완전한 자치권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마스가 통치한 2007년부터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국경 안에 있는 작은 적국이 됐다"고 그는 평가했다.
이어 "문제는 가자지구가 효과적이고 안전한 자치 실현에 실패했다는 점"이라며 "이것이 하마스의 가자지구 점령을 끝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토르 대사는 또 대사관 주변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서 유대인 학살을 뜻하는 '카이바르 카이바르 야 야후드'(khaybar khaybar ya yahud)라는 구호가 나왔다면서 "서울 거리에서 이런 시위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하마스의 땅굴 구축 등을 북한이 지원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는 바 없다. 대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사관 측은 다른 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서도 같은 영상을 현지 언론 상대로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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