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선 극우 밀레이 낙선운동 현장된 '프라이드 퍼레이드'
참가자들 "밀레이는 안돼"…여론조사선 밀레이가 여당 후보 앞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행사인 제32차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수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 행사는 당초 사회에서 핍박받던 성소수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다양성 존중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 1992년부터 시작됐으며 이제는 모든 시민이 참가하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투표를 2주 앞둔 상황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결선투표에서 집권여당 세르히오 마사 후보와 맞붙는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를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밀레이 후보 진영이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등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 밀레이 후보를 반대하는 팻말이나 포스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등 마치 말레이 후보 낙선운동 현장을 보는 듯하기도 했다.
행사에서 만난 루카스(25)는 "지금 경제 위기로 어렵고 현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가득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장기 매매, 영아 매매에 '낙태법'까지 손보겠다고 하며 나와 같은 성소수자를 '벼룩'에 비교하는 진영에 표를 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밀레이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빅토리아 비야루엘 부통령 후보는 최근 "이미 민법에서 동성동거를 인정하는데 결혼까지 인정하는 것은 과하다"며 동성결혼에 반대한 바 있다.
또, 말레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외교장관으로 내정된 디아나 몬디노는 동성결혼을 존중한다면서도 "목욕하기 싫어서 몸에 벼룩이 생기면 그건 당신 선택이고 남들이 싫어하면 이를 감수해야 하지 않나"라며 성소수자를 벼룩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퍼레이드 주최 측은 행사 무대에서 다수의 성소수자 단체가 합의한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 성소수자들은) 법 앞에서 법적 평등이라는 크나큰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일상생활에서의 진정한 사회적 평등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증오범죄와 우리의 권리에 반대하는 것을 멈춰라"라면서 "큰소리로 '밀레이는 안된다'고 외치자"라며 낙선을 주장했다고 현지 일간지 라나시온이 5일 보도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파블로(38)는 "아르헨티나는 이미 2010년 중남미 최초, 전세계에서 8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라면서 "이조차 인정하지 않는 자들이 자유를 외치면서 '변화'를 주장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밀레이 후보가 속한 자유전진당(LLA)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밀레이 후보에 대한 이런 낙선운동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여론조사에선 소폭이긴 하지만 밀레이 후보가 여당 후보인 마사 경제장관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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