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파도 뚫고 온 韓 해군 예비 장교들…英 참전용사에 감사패
해군 순항훈련전단 5년만에 영국 포츠모스항 입항…한국전 정전 70주년 기려
"바다에서 배움 기억하고 멋진 장교가 되겠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해군 순항훈련전단이 5년 만에 영국 포츠머스항에 입항해서 한국전 정전 70주년과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렸다.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을 태운 훈련함 한산도함과 군수지원함 화천함은 4일(현지시간) 여섯번째 기항지인 포츠머스항에 입항했다.
이날 저녁 선상에서 개최된 리셉션에는 영국 해군 제임스 파킨 소장 등 영국 측 인사들과 윤여철 주영 한국 대사, 한국전 참전 용사, 교민, 해사생도 등이 참석했다.
순항훈련전단을 이끄는 조충호 전단장(준장)은 기념사에서 "영국은 6·25 전쟁에서 시작과 끝을 함께 한 혈맹 같은 나라"라며 "참전용사들은 우리나라가 현재까지 이렇게 발전하도록 도와준 분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자가 리셉션에 참석한 참전용사 8명을 모두 호명하자 선상에는 박수가 울려 퍼졌다. 참전용사들에겐 감사패가 증정됐다. 이후 생도들은 런던을 방문해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한다.
이날 참석한 참전용사 브라이언 버트(93)씨는 태권도·사물놀이·성악 공연 등을 관람한 뒤 "정말 즐거웠다"며 "21세에 육군에 입대해서 리버풀에서 출발해 여러 달 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는데 수년 전에 다시 가니 10시간 조금 더 걸릴 뿐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해군 순항훈련전단은 8월 28일 진해 군항을 출발해서 141일간 13개국 14개 항구를 도는 원양 항해훈련을 하고 있다.
이는 임관을 앞둔 해사 4학년 생도들이 함상 적응 능력과 국제 감각을 익히기 위해 하는 연례 행사로, 올해는 78기 생도 150여명과 장병 460여명 등으로 구성됐다.
전단 측은 해군 첫 훈련함인 한산도함(ATH, 4천500톤급)의 첫 세계 일주이면서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기항지 활동이 정상화됐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전단은 3일 영국에 들어와 입항식을 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며칠간 서유럽을 강타한 폭풍 '시아란'으로 인해 4일 아침에야 입항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출발해 북해와 도버해협을 지나오는 경로가 어려운 구간이 아닌데 5m 파도를 정면으로 뚫고 오다 보니 속도가 느려진 탓이다.
전단 측은 "오늘도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서 천천히 조심해서 들어왔다"며 "도착하자마자 체싱턴 한글 학교에 가서 공연하고 오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나인수 생도는 "침실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배가 파도에 들렸다가 곤두박질치는 게 느껴졌다"며 "내년에 장교가 되면 비상 상황에서 솔선수범해서 지휘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전단 측은 "대서양 겨울 바다를 지나오며 긴장했지만 예상보다 안정적이었는데 여기서 복병을 만났다"며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나중에 함정에 배치됐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송정연 생도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세계일주 훈련을 하게 돼서 매우 영광이다"라며 "여러 나라를 다니며 느낀 것과 바다에서의 배움을 기억하고 실력을 발휘하는 멋진 장교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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