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제가 학교에서 자는 걸 몰라요"…9살 아이의 한숨
프랑스 노숙 아동 3천명 육박…한 달 새 42% 증가
임시 거처 부족…사회단체들, 정부에 대책 마련 촉구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9살 다비드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파리 북역이나 파리 시청 앞 인도에서 잠을 잤다.
2022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엄마와 함께 프랑스에 도착한 이후 숙소를 찾지 못해 약 1년간 길거리 생활을 했다.
다비드는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길거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슬프고 무서웠다"며 "제가 다른 아이들과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후 다비드와 그 엄마는 다비드가 다니는 학교 측 도움으로 학교 내 음악실에서 지내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음악실은 이들의 임시 피난처로 바뀐다. 다비드 모자 외에 3가족이 더 이곳에서 지낸다.
다비드는 "제 친구들은 제가 여기에서 자는 걸 몰라요.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어요"라고 한숨지었다.
이런 처지는 다비드만이 아니다.
2일(현지시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유니세프와 연대행동연합(FAS)의 집계상 지난달 초 기준 약 2천822명의 아동이 거리 생활을 하고 있다. 이는 전달에 비해 42%나 늘어난 것으로, 이 가운데 700명가량은 3살 이하 유아다.
사회연대기금의 나탈리 나투르는 "이 수치는 전례 없는 규모"라며 "예년과 달리 많은 한부모 가정, 특히 엄마와 아이들만 있는 가정이 긴급 구조대(115)로 도움을 요청하기 전 이미 거리에 나와 있다는 것도 확인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리 지역 긴급 구조대의 바네사 브누아 대장은 "9월 초부터 매일 약 1천명에겐 우리가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이가 건물 로비나 병원·공항 대기실, 심야 버스나 주차장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세프는 정부가 지난해 가을 "더 이상 거리에 사는 아이들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하며 2024년까지 임시 거처를 20만3천곳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사회 문제를 해결하긴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소외 계층 거주 문제를 지원하는 아베 피에르 재단은 특히 겨울이 시작되기 전 약 1만개의 임시 숙소가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연대행동연합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사회주택 건설과 임시 거처 확대를 위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길 고대하고 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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