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끝났나…한국도 당분간 동결 유지할 듯
미국, 장기 금리 상승에 기준금리 안 올려도 '긴축 효과'
한국, 가계대출·물가 불안에 긴축 여부 논란까지…추가인상 여지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미국이 1일(현지시간)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다시 현재 수준(5.25∼5.50%)으로 유지하면서, 한국은행도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은 이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인플레이션 완화', '금융여건 긴축' 발언 등을 근거로 오는 12월까지 세 차례 연속 동결과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의 관측대로라면, 일단 한은으로서는 양국 금리 격차가 현재 2.00%포인트(p)보다 더 벌어져 원화가치 추가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의 압박이 커지는 부담을 덜게 된다.
하지만 높은 장기 채권 금리가 일정 부분 통화 긴축 효과를 대체하는 미국과 긴축을 아무리 강조해도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물가 상승률 하락 속도도 더딘 한국 상황이 똑같지 않은 만큼, 향후 두 나라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이 다소 엇갈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 파월 발언, '매파 성향 약해졌다' 평가…증시↑·국채금리↓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0월 31∼11월 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여전히 한국(3.50%)보다는 2.00%p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앞서 6월 약 1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7월 베이비스텝(0.25%p)을 밟았지만, 이후 9월과 11월에는 인상을 피했다.
더구나 파월 의장은 이날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난해 중반 이후 완만해졌다. 지난 여름 인플레이션 수치가 상당히 양호했다"며 뚜렷하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3.7%로 8월과 같았다.
그는 "기준금리를 한두 번 동결하면 다시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뒀지만, 시장은 대체로 예전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 강도가 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0.67%),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1.05%), 나스닥(1.64%) 지수가 일제히 뛰었다. 반대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의 경우 재무부의 국채발행 확대 계획까지 겹쳐 하루 만에 약 0.15%p 급락했다.
◇ 한은, 30일 7연속 동결할 듯…불안한 가계대출·물가가 변수
연준의 두 차례 연속 금리 동결과 파월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 발언 등으로 미뤄 한은도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7연속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등에 따르면 현재 금통위원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경기는 갈수록 가라앉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쉽게 올릴 수도 없고,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유가 상승으로 다시 불안한 물가 등을 고려하면 내리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들면, 한은은 인상 압박 요인을 하나 덜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실제로 멈췄다고 해도, 우리나라도 끝까지 동조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금융 여건이 미국과 비교해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우리는 장기채 수익률 상승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이는 지난 여름 이후 광범위한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계속 뛰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연준이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그만큼 긴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현재 통화 상태가 긴축적인지 판단을 두고 논란이 있을 정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6연속 기준금리 동결 직후 관련 질문에 "중립 금리 등을 보면 긴축적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지만, 긴축 속에서도 가계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물가 경로도 여전히 불안하다.
한은은 앞서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가 중동 사태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며 "최근과 같이 유가·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재개 시점도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1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서 "내년 유가를 84달러 정도로 예상했는데, 90달러 이상으로 오른다면 (물가 등) 예측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앞으로 가계대출 증가 폭이 더 커지고 유가와 함께 물가가 급등할 경우 한은 금통위원들이 추가 인상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이다.
◇ 전문가들 "금리 인하는 내년 2분기 이후에나"
대체로 전문가들은 한은의 딜레마와 동결 기조가 내년 초까지 이어지고, 내년 2분기 이후에나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과 함께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내년 2분기 소비 둔화에 대응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한은도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해 2분기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이 먼저 금리를 내리고 나서야 한은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내년 중반 정도나 피벗에 들어가고, 한은은 이보다 늦은 내년 하반기에나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내수 부진에 따른 물가 안정을 바탕으로 내년 3분기부터 물가가 관리 목표치(2%)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한은은 내년 하반기 두 차례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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