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서열 2위, 美 비판하면서도 "군사적 관계 발전 희망"(종합)
장유샤, 샹산포럼서 군사 부문 갈등 '해빙' 의지 피력…리상푸 해임 계기 분위기 조성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군 서열 2위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30일 "일부 국가가 의도적으로 불안을 조성하고 인위적으로 지정학적 갈등을 조성해 지역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장 부주석은 이날 중국판 샹그릴라 대화인 샹산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 부주석은 "전 세계의 양심 있는 사람들은 평화, 발전, 협력, 상생을 바라고 있다"며 "일부 국가는 항상 네가 지고 내가 이기는 제로섬 사고와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을 따르고 파벌을 만드는 집단정치를 벌이며 벽을 만드는 일방주의를 추진해 우리 세계를 전쟁의 그늘과 인도주의적 재앙으로 가득 채웠다"고 비판했다.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미국을 강도 높게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보통 미국을 비판할 때 제로섬 게임, 일방주의, 소집단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과 관련해 장 부주석은 "전쟁의 충돌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한 뒤 "일부 국가는 의도적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지역 문제에 개입하며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미국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는 자신의 사적이익을 위해 곳곳에 간첩을 심어 인위적으로 지정학적 모순을 조성하고 장기간 편 가르기를 통해 지역 정세를 복잡하게 만든다"며 "등 뒤에서 칼을 내밀어 대리전쟁을 일으켜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은 중국의 핵심이익 중 핵심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합의"라며 "누가 대만을 어떤 형태로든 중국과 갈라놓으려고 한다면 중국군은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러시아와 전략적 상호 신뢰와 전략적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면서도 "상호존중, 평화공존, 상생협력의 원칙에 따라 미국과 군사적 관계를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며 미중 군사관계 개선 의지도 피력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4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를 열어 리상푸 국방부장을 전격 해임했다.
리상푸는 러시아 무기를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던 인물이지만, 시 주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올 3월 그를 국방부 수장 자리에 기용했다.
미국과 중국이 유독 군사 채널 복원이 늦어지는 이유로 리 전 부장이 거론될 정도로 그가 미중 갈등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였던 만큼, 리상푸 해임을 계기로 미중간 군사 갈등 분야 '해방 무드'가 점쳐진바 있다.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시진핑 주석 다음 서열 2위급 인사인 장 부주석이 이날 공식 석상에서 이같은 의지를 밝히면서 이런 기류가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샹산포럼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대화 플랫폼으로 중국이 2006년부터 개최한 행사다.
코로나19로 지난 3년 동안 화상회의만 개최하다 4년 만에 오프라인 방식으로 열리게 됐다.
중국 국방부는 올해 샹산포럼에 90개 국가와 국제기구 대표단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다만 포럼 호스트인 중국 국방부장의 부재로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당국은 '부패 조사설'이 제기된 리상푸 국방부장을 지난 24일 공식 해임하면서도 신임 부장을 인선하지 않았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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