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바이든, 중동 내 이란 대리세력 타격 저울질"
친이란 무장단체 이라크·시리아 주둔 미군 잇단 공격에 대응책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동 지역 주둔 미군을 공격하는 이란 대리세력에 대한 타격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미·호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이란이 중동에서 미군에 계속 대항한다면 "우리도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 18일 이라크와 시리아 내 미군기지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의 자폭 드론과 로켓 공격을 받아 20명 가까운 미군이 다친 것으로 알려진 이후 나왔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후 이라크에서 미군에 대한 최소 12건의 공격이 있었다. 시리아에서는 4건의 추가 공격이 있었다.
이라크에는 약 2천500명, 시리아에는 약 9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 미군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부활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또 중동 지역에 병력 900을 증파하겠다고 26일 발표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중동 지역의 군 배치와 관련, "초기 군 태세 발표 이후 약 900명의 병력이 전개됐거나 전개 과정에 있다"면서 "배치됐거나 배치되는 부대에는 텍사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포대, 오클라호마 패트리엇 포대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앞서 친이란 무장단체인 '알위야트 알 와드 알 하크'(AWH)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과 관련,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이스라엘 언론의 보도가 24일 나오기도 했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친이란 무장세력이 중동 주둔 미군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고위 관리는 중동에 배치된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특권(군사 대응)은 변한 것이 없다"고 WP에 말했다.
미 공화당 의원들은 이처럼 미군이 공격받는 것에 대해 대응할 것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다.
미군 퇴역 장군인 조지프 보텔 전 중부사령관은 "중동에 우리의 군사자산을 추가로 보내 미군에 대한 위협에 직접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대리세력은 과거에도 자폭 드론을 날려 보내는 등 중동 주둔 미군을 자극했다. 지난 3월 시리아 주둔 미군 부대가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아 사상자가 발생했고, 미군은 즉각 보복 공격으로 응수했다.
그 당시와 달리 지금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격화하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참전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고려해야 할 상황이 복잡하다.
이라크전 참전용사인 세스 몰턴 미 민주당 하원의원은 "중동은 지금 부시통(tinderbox·일촉즉발)과 같은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군사 대응의 딜레마로, 미군을 보호해야 하는 행정부의 의무와 미군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더 큰 분쟁에 말려드는 것을 피하려는 노력이 상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케네스 매켄지 미 해병대 예비역 장성은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2개 전단을 비롯해 방공부대와 전투기 편대 추가 배치 등 미군 화력 투입은 이란이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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