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美서 유대인·무슬림 혐오 확산…FBI도 위험 경고
바이든, 혐오주의 단호 대응 선언했지만 양쪽에서 "충분치 않아" 비판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 이후 유대인과 이슬람을 겨냥한 혐오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최대 무슬림 단체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하마스의 지난 7일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슬람 혐오주의 사건 774건을 접수했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AIR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15년 모든 무슬림 입국을 막겠다고 선언했을 때 이후 가장 많은 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코리 세일러 CAIR 연구국장은 "공직자들은 이 나라를 휩쓰는 혐오 물결이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14일 시카고 근교에서 팔레스타인계 6세 소년이 살해돼 법무부가 혐오범죄 수사에 착수하는 등 무슬림과 아랍계를 향한 혐오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유대주의 감정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대인 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은 하마스 공격 이후 미국에서 312건의 반유대주의 사건을 접수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ADL은 분쟁 시작 이후 반유대주의 관련 괴롭힘과 기물 파손, 공격이 388%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이런 추세를 주시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유대인, 무슬림, 아랍계 사회와 기관에 대한 위협 보고가 증가했다"며 "중동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개인과 기관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전날 공지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FBI와 국토안보부(DHS)는 이란계 미디어와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외부 세력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을 이용해 미국과 서방 국가에서 분열을 키우고 폭력적인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IS는 전 세계 유대인, 특히 미국과 유럽의 유대계 거주지역을 공격할 것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행정부는 유대인과 무슬림을 향한 혐오주의를 공개 비난했으며,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유대인과 무슬림 사회 양 진영에서 비판받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가 하마스와 관련된 게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부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의 경우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반유대주의 관련 질문에 "신뢰할만한 위협"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가 유대계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이후 장-피에르 대변인은 "유대인이든 무슬림이든 아랍계 미국인이든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든 그 누구를 향한 혐오도 미국에 설 자리가 없다"며 혐오주의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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