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4살 짧은 생 마친 가자지구 오마르·이스라엘 오메르
어린 소년들 죽음 놓고 소셜미디어서 '가짜뉴스' 설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전쟁으로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에서 나이가 같고 이름까지 비슷한 두 4살 남아가 각각 숨져 큰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의 오메르와 팔레스타인의 오마르가 각각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아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대신 상대방이 꾸민 가짜뉴스라며 이를 부인하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오메르 시만 토브와 가자지구의 오마르 빌랄 알 바나는 가자지구 안팎을 가르는 경계를 사이에 두고 약 23㎞ 떨어져 살았다.
둘은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둘 다 형제자매들과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오메르는 지난 7일 하마스의 니르오즈 키부츠 기습 공격으로 살해당했고, 그로부터 나흘 뒤 가자지구의 오마르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오메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때 집에 난 불로 누나들과 함께 사망했다. 오메르의 부모인 타마르와 요나탄은 하마스 무장대원들의 총격으로 숨졌다.
가족의 지인은 "오메르는 천사였다"며 "정말 아름답고 귀엽고 순수했다"고 말했다.
공개된 사진 속 오메르는 부모와 누나들에게 둘러싸여 환하게 웃고 있다.
가자지구의 오마르는 형과 함께 밖에서 놀다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
오마르의 형인 마즈드는 공습이 이웃집을 강타한 뒤 그 잔해가 오마르에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4살짜리 어린 아이들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는데도 소셜미디어에는 이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대신 이 죽음이 꾸며낸 것이라는 설전만 가득했다.
이스라엘 소년 오메르의 죽음에 대한 글에는 오메르가 "돈을 받고 연기하는 배우"라면서 "하마스는 어린아이들 죽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댓글이 달렸다. 또 "그들(오메르의 가족)이 죽었다는 증거가 없으니 거짓말을 멈춰라"라는 댓글도 있었다.
이런 댓글들을 남긴 계정을 확인해보니 이들 중 다수는 실제 인물이고, 또 몇몇은 하마스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BBC는 전했다.
가자지구 오마르의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이 한 남성이 오마르를 담요에 싸서 안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하마스가 사망한 팔레스타인 아기의 동영상을 공개했는데, 실제 아기가 아니라 인형이다"라는 글을 단 것이다.
이후 다른 계정들도 오마르의 사진과 함께 실제 아이가 아닌 인형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글을 퍼 날랐다.
그러나 BBC는 원본 영상을 찍은 사진작가와 당시 현장에 있었던 AFP통신 기자와 접촉한 결과 사진 속 아이는 인형이 아닌 실제 소년 오마르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오마르의 어머니 야스민은 아들이 공습으로 사망했다면서 "그들은 오마르가 인형이라고 말할 권리가 없다. 이스라엘 정부가 거짓말을 하면서 범죄와 학살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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