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안전하다더니…" 가족 13명 잃은 팔 소녀의 분노
이스라엘 경고에 가자 남부로 피란…공습으로 가족 대부분 사망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안전하다더니…그들은 우리를 배신하고 폭격했습니다."
가자지구의 18세 팔레스타인 소녀 디마 알람다니는 최근 남부 칸 유니스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모와 7명의 형제·자매, 삼촌 가족 4명 등 13명을 잃었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해변 난민촌에 있던 알람다니와 삼촌 가족은 와디 가자 이남으로 대피하라는 이스라엘군(IDF)의 경고를 듣고 두 대의 차를 나눠타고 피란길에 올랐다.
하지만 며칠 후 알람다니는 칸 유니스의 임시 영안실에서 가족들의 시신을 확인해야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족들과 함께 칸 유니스에 있는 임시 대피소에 머물던 알람다니는 이스라엘군의 공습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숙모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죠. 그다음 기억은 폐허 한 가운데서 주변의 모든 사람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 모습이었고, 나도 소리를 질러댔어요."
지난 17일 임시 영안실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상처와 멍투성이였다.
영안실에서 가족들의 시신을 찾은 그는 "남동생 2명과 어린 사촌들만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6세 여동생의 시신을 감싼 하얀 시트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며 "평생 잊을 수 없는 악몽"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비단 알람다니 만의 사연이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명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한 이래 지속해서 남부로 대피하라고 경고해 왔다.
지난 21일에는 '와디 가자 이북에 머무는 주민은 테러리스트 조직의 공범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적힌 전단을 뿌리기도 했다.
이런 메시지는 가자지구 전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로도 전송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전에도 남부로 대피하라는 경고는 있었지만, '테러 동조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대피하지 않는 사람들을 테러리스트 조직의 일원으로 간주할 의사는 없다"며 "북부 주민들에게 와디 가자 이남으로 대피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를 불문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관련 시설로 의심되는 곳에 대한 무차별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하마스는 가자지구 전체 민간인 사이에 스며들어 있다"며 "하마스 관련 목표물은 결국 모두 공격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와 무관한 민간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현 가능한 예방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현 가능한 예방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설명이 없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7일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가자의 팔레스타인인은 이날 현재 5천8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어린이가 2천55명, 여성은 1천119명, 노인은 217명에 각각 달한다고 보건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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