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51년전 뮌헨올림픽 테러 때처럼…"하마스 핵심인사 암살작전"
'암살 전담부대 조직' 현지언론 보도…이 "사살되거나 항복하거나" 엄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이스라엘이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핵심 조직원들을 암살하기 위한 전담부대를 꾸려 작전에 들어갔다고 일간 타임 오브 이스라엘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양대 정보기관 모사드와 신베트는 이스라엘 기습을 주도한 하마스 핵심 인사들을 추적·제거할 특수부대를 '닐리'(Nili)를 조직했다.
닐리는 '이스라엘의 영원한 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히브리어 문장의 줄임말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팔레스타인 땅을 지배하던 오스만 제국과 유대인 국가 건국을 지지하는 영국의 싸움에서 영국을 측면 지원한 유대인 첩보조직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들은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의 해군 특공대이자 지난 7일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누크바'(Nukhba) 지도자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누크바는 아랍어로 '엘리트'를 뜻한다.
특히 알카삼 여단의 최고 사령관인 무함마드 데이프(58)와 가자지구 정치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61)가 최우선 표적이라고 현지 언론들을 전했다.
무함마드 데이프는 하마스의 기습 당일 육성 메시지로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선포하며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전투에 동참하라고 촉구한 인물이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히가리 소장은 최근 야히아 신와르를 지목해 "이번 기습작전의 사령관 역할을 맡았다"며 "그는 이제 죽은 목숨"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본격 지상전 착수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이번 기습을 주도했다고 의심되거나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핵심 역할을 하는 인물들을 우선 제거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9일 가자지구 3대 저항단체로 꼽히는 군사조직 대중저항위원회(PRC) 수장 라파트 아부 힐랄을 제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마스와 연계된 가자지구의 매체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하마스의 첫 여성 정치국원인 자말 알-샨티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17일 "사살되거나, 무조건 항복하거나, 하마스 테러리스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이스라엘의 이번 암살작전이 1972년 9월 뮌헨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 팔레스타인 '검은 9월단'에 대한 보복작전을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당시 검은 9월단은 선수촌에 잠입해 이스라엘 선수들을 억류한 뒤 팔레스타인 수감자 234명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인질극과 서독 당국의 진압작전이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되는 혼란 속에 대테러 경험이 없던 서독 경찰의 어설픈 대응으로 이스라엘 선수와 코치·심판까지 모두 11명이 숨지는 참사가 났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골다 메이어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테러와 직간접 연관된 인물들을 암살하는 '신의 분노' 작전을 지휘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6년여에 걸쳐 중동과 유럽 각지에서 이들을 추적해 모두 20여명을 사살했다. 뮌헨올림픽 참사와 '신의 분노' 작전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뮌헨'(2005)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무함마드 데이프와 야히아 신와르 등 핵심 인물들을 제거한다면 물론 하마스에 타격이 되겠지만 이스라엘이 공언한 대로 하마스를 뿌리 뽑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국방 싱크탱크인 왕립합동연구소(RUSI)의 안보 전문가 H. A. 헬리어는 "신와르와 데이프가 최우선 지도자라는 사실은 명확하지만 하마스는 이미 그들이 없는 비상사태를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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