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BT 비준 철회 결정한 러, 미 핵실험장 동향에 촉각
러 비준 철회 결정한 날, 미국은 핵실험장서 실험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를 결정하고 "미국이 핵실험을 하면 우리도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미국의 핵실험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이 네바다주 핵실험장에서 수행한 화학 실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과거 핵무기 실험 장소로 쓰였던 네바다주 핵실험장에서 지난 18일 지하 실험을 수행했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응이다.
미국 국가핵안보관리청(NNSA)은 "지하 핵폭발 실험 탐지 능력을 향상해 전 세계 핵 위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네바다 국가안보부지(NNSS)에서 지하 화학 폭발을 시험했다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실험은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CTBT 비준 철회 법안을 채택한 날 이뤄졌다.
하원은 CTBT에 서명만 하고 비준은 하지 않고 있는 미국과 똑같은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난 18일 CTBT 비준을 철회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하원의 CTBT 비준 철회에 대해 "이제 러시아와 미국의 법적인 상황은 똑같아졌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CTBT 비준을 철회해도 이 조약에 서명한 국가로서 먼저 핵실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블라디미르 예르마코프 러시아 외무부 핵 비확산·군비통제국장은 "미국이 먼저 핵실험을 할 경우에는 러시아도 핵실험을 할 것"이라며 미국이 여전히 네바다 실험장의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미국이 네바다에서 핵실험이 아니라 화학 실험을 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미국의 핵실험 모라토리엄이나 CTBT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핵실험 관련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먼저 핵실험을 하지 않겠지만 미국이 유사한 행동을 하면 그에 대응해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상기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미 국무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이 실험은 러시아가 CTBT 비준을 철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훨씬 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미국의 실험이 '위협적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 분석가 알렉세이 주딘은 '스푸트니크 라디오'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CTBT와 관련해 미국과 법적으로 가까워지자 미국이 이 실험을 했다"며 "미국이 이 문제에서 늘 러시아보다 한발 앞서려고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과학 전문가 콘스탄틴 시브코프도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러시아와 CTBT 비준 철회와 동시에 시행된 미국의 실험이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초기 핵무기 경쟁의 징후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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