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서른살 청년 된 이마트…매출 375배 '폭풍 성장'
첫 할인점으로 한국 유통사에 한획…독보적 위상 구축
쿠팡 도전에 입지 흔들…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사활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한국 최초의 할인점' 이마트가 다음 달로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이마트는 한국에서 처음 대형 할인점을 선보이며 국내 유통산업 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한국 유통사가 이마트 출범 전과 후로 나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실제 지난 30년간 이마트의 성장은 눈부셨다.
매출은 450억원에서 작년 기준 16조9천20억원으로 약 375배로 커졌고, 점포 수는 서울 창동점을 시작으로 업계 최다인 154개(트레이더스 21개 포함)로 늘었다.
이런 점에서 이마트 성장은 한국 유통 발전사와도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이마트가 새로운 3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맞닥뜨린 도전도 만만치 않다.
신흥 유통 강자 쿠팡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 1인 가구 증가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대형마트가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대형마트의 미래 생존은 물론 한국 유통시장의 미래와도 직결되기에 이마트의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 관심도 크다.
◇ 1993년 1천500평으로 출발한 이마트, 유통업계 최강자로
삼성그룹 계열 신세계백화점의 체인스토어 사업 부문에서 출발한 이마트는 1993년 11월 12일 서울 창동점을 개점하며 한국 유통사에 한 획을 그었다.
개점 첫날 1천500평 규모의 창동점에는 약 2만6천800명의 고객이 몰려들며 북새통을 이뤘다.
백화점과 중소형 슈퍼마켓 사이를 파고든 대형 할인점의 출현은 한국의 유통시장 지형을 단숨에 바꿔놨다.
고객들은 백화점이나 슈퍼마켓과 같은 기존의 유통채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상품 구색과 저렴한 가격에 열광했다.
이마트는 1994년 일산점, 1995년 부평점 등을 잇달아 개점하며 빠른 속도로 사업을 넓혀갔다.
이마트가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한 1998년은 한국 유통 시장에 또 하나의 변곡점으로 기억되는 해이다.
미국계 글로벌 유통 체인인 월마트가 국내 시장에 상륙하고 전통의 유통 강자인 롯데가 할인점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마트 독점에서 다자 경쟁 구도로 바뀌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월마트와 이마트의 대결을 두고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회자했으나 결과는 이마트의 압승이었다.
월마트는 누적되는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2006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이마트는 월마트가 보유한 16개 점포를 인수하며 기세를 올렸다.
당시 해당 점포의 월마트 간판이 이마트 간판으로 교체되는 장면은 많은 언론에 보도되며 큰 화제가 됐다.
2006년은 월마트에서 인수한 점포를 합쳐 100호점 시대를 연 해이기도 하다.
이마트는 2011년 신세계에서 분할된 별도 법인으로 홀로서기를 하며 할인점 시장에서의 '1강 체제' 굳히기에 나섰다.
국내 첫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 1호점이 개점한 것도 이즈음이다. 2016년에는 국내 최대 종합 쇼핑몰인 스타필드를 선보이며 유통 영토를 한층 더 확장했다.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려 2015년 베트남 호찌민에 동남아시아 첫 매장을 열었고, 2016년에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도 매장을 개설했다.
이달 현재 이마트가 운영하는 해외 점포 수는 미국 56개, 몽골 4개, 베트남 2개 등 모두 62개에 달한다.
◇ 신흥강자 쿠팡 도전 직면한 이마트…오프라인 경쟁력 회복에 사활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앞길이 지난 30년처럼 그리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며 그동안 굳건히 지켜온 유통업계 절대 강자의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온라인 시장을 잠식하며 몸집을 급속히 키운 쿠팡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있다.
비공식 수치이지만 분기 매출 기준으로 올 초부터 쿠팡이 이마트를 앞질렀다.
업계에서는 이를 유통 시장의 '헤게모니'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의 최대 수혜자인 편의점도 기존의 장점인 접근성에 더해 최근에는 가격 이점까지 갖추며 대형마트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마트의 위기는 정부 통계로도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계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2.4%에서 지난해 48.6%로 높아졌으나 대형마트 비중은 27.8%에서 14.5%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편의점과도 2021년 업계 매출 비중이 처음 역전된 이래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형마트는 백화점(17.8%)과 편의점(16.2%)에 뒤져 채널 순위 4위까지 내려앉았다.
이마트 입장에선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구매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해 고객의 발길을 되돌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온라인에서는 2019년 SSG닷컴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 독립시킨 데 이어 2021년에는 이커머스업체 G마켓까지 인수하며 어느 정도의 대응 체제를 갖췄다.
관건은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강화다.
이마트는 그 방향을 대대적인 매장 공간 혁신으로 잡고, 15∼20년 된 노후 점포를 미래형 점포로 재단장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 매장 공간을 줄이는 대신 테넌트(임대 매장)와 전문점 등의 공간을 대폭 늘려 고객이 쇼핑하고, 먹고, 쉬고, 체험하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36개점을 재단장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8개점이 리뉴얼 작업을 진행했다.
일단 현재까지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지난 7월 새롭게 문을 연 '더 타운몰 킨텍스점'은 개장 이후 매출이 지난해 대비 약 10% 증가했다. 특히 미래 소비 주체인 10∼30대 젊은 고객 비중이 기존 26.8%에서 31.7%까지 높아진 것은 긍정적인 성과로 꼽힌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와야 할 이유를 제시하고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게 미래형 이마트의 핵심"이라며 "여기에 유통 계열사 간 유기적인 통합 전략으로 오프라인 경쟁력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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