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이스라엘 내각서 연일 '가자지구 완충지대 설치'론
외무장관 "가자지구 영토 감소" 발언 이어 농업장관 완충지대 직접 언급
"가자 전체 따라 마진 두고 발포 구역으로…이스라엘로 접근 막을 것"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가자지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스라엘 내각에서 가자지구에 완충지대를 설치해 이스라엘로의 접근을 막자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19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비 디히터 이스라엘 농업·지역개발부 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국경으로의 접근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 전역에 "마진(margin, 여백·공간)을 두겠다"고 말했다.
디히터 장관은 과거 이스라엘 치안 장관과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 국장, 의회 외교국방위원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앞서 전날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군 라디오 방송에서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 영토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해 가자지구 완충지대 설치를 시사했다.
브리핑에서 코헨 외무장관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은 디히터 장관은 국경 수백 미터 안쪽 이스라엘 영토에 대부분의 국경 보안 기반시설이 있는 현재 상황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며 완충지대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현재 보안 시설들이 "가자지구 내부에 완충지대로서 있는 게 아니라 이스라엘 쪽 영토 50∼100m 구역에 있다"며 "우리는 이게 실수였으며 고쳐야 한다는 걸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자지구 전역에 걸쳐 마진을 두겠다"며 "그들(팔레스타인인)은 여기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고 이곳은 발포 구역이 될 것이다. 누구도 절대로 이스라엘 국경 가까이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충지대의 폭에 대해서는 "지역과 군의 필요성, 이스라엘 군 혹은 이스라엘 정착촌과의 거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과거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면서 가자지구 안에 완충지대를 설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가자지구 봉쇄 정도를 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간접적인 협상이 이뤄지면서 이 완충지대는 서서히 사라졌다.
디히터 장관은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은 나할오즈 키부츠(Kibbutz·이스라엘의 농업 공동체)가 가자지구 경계로부터 800m 거리에 있었고 이런 지역에서 더 조심해야 한다면서 "가자지구 전체 윤곽은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위험을 감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목격했고 그것은 반복하지 말아야 할 실수"라고 덧붙였다.
디히터 장관의 완충지대 발언은 이스라엘이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고 하마스를 '궤멸'시키겠다며 가자지구를 봉쇄한 뒤 지상군 투입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나왔다.
하마스 축출 이후 가자지구 처리 방안을 두고 이스라엘군이 이 지역을 재점령하거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도록 돌려주는 등 여러 방법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아직 뚜렷한 계획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른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전쟁 후) 가자지구의 영토가 어떤 형태를 보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갖고 있지 않다"며 "다만 우리의 목표는 우리 국경에 있던 테러리스트들을 없애는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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