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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인도적재앙 초읽기…이·팔 교전 격화·확전 우려 점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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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인도적재앙 초읽기…이·팔 교전 격화·확전 우려 점증(종합)
이란 최고지도자 "가자 대응해야"…독·이스라엘 총리 "개입말라"
이스라엘군, 미국 바이든 방문 앞두고 지상군 투입 시기 저울질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지 11일째인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봉쇄와 공습이 이어지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가자지구 전역 병원의 연료 비축분은 하루치, 상점의 식량은 4∼5일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양측의 교전 격화로 사상자도 계속 늘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와 레바논 남부 접경에서도 교전이 이어지는 등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UNRWA)는 이날 낸 성명에서 "가자지구 전역 모든 병원의 연료 비축량이 24시간 지나면 바닥날 것"이라며 의료 시설에 연료 공급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도 "가자지구 내 상점의 식량 재고는 4∼5일을 버틸 정도 외에는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의 전면 봉쇄와 공습으로 가자지구에는 물, 전기, 식량 공급이 대거 끊기며 인도주의적 상황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게 유엔의 지적이다.
가자지구 보건부의 대변인은 "전력 공급 중단과 연료 부족으로 병원이 사실상 붕괴 단계"라고 말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반입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이집트 접경의 라파 검문소는 아직도 굳게 닫힌 상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구호 물품을 제공하는 데에 합의했다던 전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에도 이날 저녁이 되도록 열리지 않았다.
이에 가자지구에서 탈출하려는 수백 명의 외국인과 이중국적자, 가자지구를 위한 구호품을 실은 화물차들은 검문소 양측에서 계속 대기 중이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는 라파 통행로를 열어 구호품을 신속하게 가자지구로 반입하게 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도 라파 지역 포함해 가자지구 남부에 수십 차례 공습을 감행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간밤에도 칸 유니스와 국경지대 라파, 데이르 알 발라흐 등 앞서 이스라엘이 지상작전 개시를 예고하며 대피하라고 한 가자지구 남부에 집중된 공습으로 최소 80명이 숨졌다고 가자지구 보건부 관계자가 밝혔다.
이스라엘군(IDF)은 지난 24시간 동안 200곳을 타격하는 등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만 5천곳 넘는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에서도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의 최고 지휘관 중 하나인 아이만 노팔 중부 사령관과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가족 일부가 숨졌다.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 남부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산발적으로 이어졌고, 북부에서는 레바논 남부에 거점을 둔 하마스와 연대하는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의 무력충돌이 지속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의 전차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고,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에서 침투를 시도하던 무장대원 4명을 사살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헤즈볼라는 대원 4명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며 최근 이스라엘군과 교전으로 지금까지 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양측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사상자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 7일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 팔레스타인 측에서는 1천명 이상의 어린이를 포함해 3천명 넘게 숨지고 부상자는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군인 299명을 포함해 1천500명가량이 사망하고 약 4천명이 다쳤다.

이란 최고지도자까지 이번 사태에 개입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확전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이스라엘을 향해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눈 범죄와 관련해 심판받아야 한다"며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에 확전 방지를 위한 각국의 외교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외국 정부 수장 중 루마니아 총리에 이어 두번째로 이스라엘을 찾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출국 전후 이란과 헤즈볼라에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숄츠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낸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확전을 방지해야 한다"며 "그 누구도 이번 분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베를린 총리실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연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헤즈볼라와 이란에 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전날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이란과 헤즈볼라를 겨냥해 하마스와의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재차 하마스를 나치,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하며 이들의 격퇴를 위한 전세계의 단결을 촉구했다.
18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방문도 이스라엘에 연대를 표명하는 한편 '중동 전쟁'으로의 확전 방지를 위한 포석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밖에 민간인 무차별 살상 방지와 인도주의 위기 해결,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석방 노력 등을 기울일 전망이다.
가자지구에는 현재 이스라엘인과 외국인 등 200∼250명이 인질로 억류 중이라고 하마스가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피랍 인질을 199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이스라엘군이 준비 중인 지상군 투입 여부나 시점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지상 공격을 얘기하지만,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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